일부 증권사, 부동산PF 채무보증율 100% 규제 한도 넘어
채무보증 집중한 증권사들, 속도 조절 불가피
“증권업계 부동산금융 시장 위축될 것”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연합뉴스

증권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 관련 수익이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문에 집중한 메리츠종금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부동산PF 영업에 집중해온 만큼 수수료이익 확대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일 ‘제3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열고 ‘부동산PF 건전성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 2분기부터 비은행권의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를 정해 부동산금융의 확대를 옥죄겠다는 방침이다. 

이 규제에 따르면 증권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는 앞으로 100%로 설정된다. 현재는 증권사에 대한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 규율이 없다. 이에 증권사의 채무보증잔액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정부는 부동산 정책 연장선으로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유동성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부동산PF 채무보증은 총 28조1000억원이다. 증권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93.2%(26조2000억원)에 달했다. 2014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메리츠증권, 부동산PF 채무보증비율 규제 한도 넘어 

정부가 증권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를 규제하면서 가장 비상이 걸린 증권사는 메리츠증권이다. 이 외에도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되는 대형 증권사들도 부동산PF 확대에 집중한 터라 영업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으로 메리츠증권의 채무보증잔액은 7조65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이에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잔액 비율은 219.8%로 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삼성증권이 추정한 메리츠증권의 현재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채무보증 비율은 154%로 추산된다. 두 수치 모두 정부가 제시한 100%를 훨씬 초과한다. 결국 100%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해 부동산PF잔액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사별 부동산PF 관련 현황. / 도표=조현경디자이너
대형 증권사의 채무보증잔고 증가 추이. / 도표=시사저널e

한투증권도 안심하긴 힘들다.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한투증권의 채무보증잔액은 4조32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20.9% 늘었다. 이에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은 96.5%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이 추정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비율은 69%다. 아직 정부의 규제선까지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채무보증잔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영업확대에 속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부동산PF 규제 시행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도 있어 부동산PF잔액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영업 축소와 관련해선) 앞으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동산PF에서 수익 창출만 아니라 리스크도 철저히 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PF에 집중한 대형 증권사도 패닉 

두 증권사 외에도 자기자본이 3조가 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들도 대부분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이 높은 수준이다. KB증권은 88.7%, 신한금융투자는 77.9%, NH투자증권은 69.2%, 삼성증권은 57.9%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준으로 1년 전 대비 채무보증총액 증가율도 KB증권은 33.9%, 삼성증권 26.3%, 신한금융투자 26.3% 등으로 20% 이상 증가율을 보였다.  

채무보증잔액을 늘리면서 이와 관련된 수수료이익도 빠르게 늘었다. 메리츠증권의 상반기 기준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이익은 1230억원을 기록했다. 종투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3% 증가했다. 이어 미래에셋 420억원(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 한투증권 388억원(20.3% 증가), 신한금융투자 275억원(61.6% 증가), KB증권 216억원(42.6% 증가), 삼성증권 166억원(72.3% 증가) 순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부동산PF 사업을 통해 이익을 키워온 상황에서 정부가 갑자기 제동을 걸고 나선 상황이다”며 “영업에 차질만 아니라 (증권업계의) 부동산금융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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