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격변하는 배터리업계···韓·中 양강 체제로 재편되나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12.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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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배터리 견인차 파나소닉, 테슬라·일본 완성차 ‘특혜성 독점 공급’에 균열
중국 CATL, 일본 등 해외 공략 굴기···유럽에서 중국 도전 받는 한국, 美 공략에 속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중·일 3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종주국’ 일본의 부진으로 한국과 중국 중심의 ‘배터리 양강 체제’가 형성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이 중국·한국 등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한 상태여서 향후 시장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중국은 물론, 한국에도 역전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완성차업체들과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전기차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완성차업체들도 속속 기존 내연차보다 전기차의 생산 비중을 더 높이려는 움직임을 나타내다 보니, 배터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업체들은 한·중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판로 확보에 나선 것과는 다소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누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상위 10개사에는 한·중·일 3국의 업체들이 이름을 올렸다. 10개사의 점유율이 모두 합쳐 91.3%에 달한다. 상위 10개사 중 일본은 파나소닉(37.2%)과 PEVE(2.0%)가 각각 1, 9위에 올랐다. 두 회사의 점유율 합은 39.1%다. 이는 CATL(36,2%)을 포함한 중국의 5개사의 점유율 합계(36.2%)보다 높은 수치다.

일본의 배터리업계가 우려를 사는 까닭은 올 초 일본 배터리업계를 견인하는 파나소닉과 테슬라 사이의 결별이 결정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들 두 회사는 지난 2014년 미국 네바다주에 ‘기가팩토리’를 합작했다. 이후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배터리를 독점적으로 공급했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테슬라에 대한 납품을 통해 견고했던 파나소닉의 배터리 점유도 가능했던 셈이다.

지난 1월 파나소닉은 자국 완성차업체 토요타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 업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전후해 테슬라와의 동맹 관계가 약화됐다는 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앨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모델 3’ 생산 차질의 원인이 파나소닉의 업무 처리 속도 탓이라고 공개적으로 힐난하면서 양사의 파트너십이 종료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 테슬라는 중국에 해외 첫 기가팩토리를 설립했는데, 이곳에 공급할 배터리 납품사로 파나소닉이 아닌 CATL을 점찍었다. 테슬라는 현재 독일 베를린 인근에 두 번째 해외 생산기지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곳에 배터리를 납품할 업체로는 CATL과 LG화학 등이 유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테슬라를 제외한 파나소닉의 납품처로는 토요타, 혼다, 포드 등이 있다. 테슬라와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 동맹 관계를 맺은 토요타는 지난 7월 중국의 CATL과 제휴했다. 혼다는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분에서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GM은 LG화학과 배터리 셀 합작사를 설립한 바 있어, 결과적으로 파나소닉의 독점 공급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포드도 사정이 비슷하다. 포드의 경우 복수의 전기차 배터리업체를 거래처로 둔 상황인데, 파나소닉뿐 아니라 LG화학 등의 배터리도 공급받고 있다. 파나소닉의 경우 지금과 같은 점유율 유지를 위해선 추가적인 판로 확보가 절실하다. 배터리와 관련된 전체 시장 규모가 단기간 내에 급속히 성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속도를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걸림돌은 한국과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CATL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ATL은 특히 중국 정부의 물밑 지원을 받는 업체로 유명하다. 최근 중국 정부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자국에 전기차를 출시할 경우 자국 배터리 사용을 종용하는데, 이 때문에 다소의 업체가 CATL과 계약할 수밖에 없는 처지란 후문이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독일 에르푸르트(Erfurt)에 새롭게 생산기지를 짓고 있으며, 미국 공장 설립 등을 검토 중이다. 해외 수주도 속속 빛을 발하고 있다. 앞서 소개된 토요타와의 제휴 외에도 폭스바겐그룹·BMW그룹 등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유럽은 한국의 배터리업체들이 강세를 보인 지역임에도 계약 체결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앞서 폭스바겐그룹은 스웨덴의 노스볼트와의 배터리 셀 합작법인 외에 한국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그리고 중국의 CATL 등 4곳을 거래처로 선정했다. BMW그룹은 최근 CATL과 삼성SDI 등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BMW 측은 지난 10년간 삼성SDI로부터 독점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아 왔는데, 이번 계약에서는 삼성보다 CATL의 발주량이 더 많다.

그동안 강세를 보여 오던 유럽에서 중국의 거센 도전을 맞게 된 한국 기업들도 유럽 내에서 기존 점유율을 최대한 지키고 미국 시장을 새로 개척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며 벼르고 있다. LG화학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공장 외에도 미시간주 홀랜드시에 생산기지를 가동 중이다. 추가 공장 설립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2년 조지아주 신규 배터리 공장 준공을 앞둔 상황이다. 해당 공장의 연산능력은 9.8GWh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반도체 시장이 걸어온 길을 답습할 것이란 전망이 짙은 분야”라면서 “업체들 간 치킨게임 끝에 소수의 특정 업체가 독식하는 구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선 치킨게임의 진입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배터리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판로를 다변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 덧붙였다.

이어 그는 “테슬라와 자국 내 완성차업체들과의 특혜성 독점 계약을 바탕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 온 파나소닉은 전체적인 시장 파이가 커짐에 따라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그동안 유지해 오던 독점 계약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추가 수주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향후 지금과 같은 위용을 보이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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