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테이크아웃잔 변경시 추가 요금 내야···징수 아닌 환급 개념
플라스틱 줄이기는 모두의 의무···텀블러 사용으로 쉽게 실천 가능

지난달에만 텀블러 2개를 샀다. 인생 첫 텀블러는 주말을 앞 둔 어느 금요일 저녁 고깃집에서 사라졌고, 일주일 만에 두번째 텀블러를 장만했다. 이후 기자의 잠들기 전 일과에 텀블러 세척이 추가됐다. 첫 주는 조금 귀찮았고 지금은 무념무상의 상태로 텀블러를 씻는다. 습관은 위대하다. 

발단은 이랬다. 지난달부터 일회용컵 대신 머그잔이나 텀블러를 쓰자는 #펭수캠페인이 해시태그를 타고 SNS에 번졌는데, 그와 관련해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너는 당연히 텀블러 쓰지?"라는 질문을 받은 것이다. 그녀는 평소에도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며 배달음식도 시켜먹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의 확신에 찬 말에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당연히 텀블러를 쓰지 않았던 나였지만 사실을 곧이 곧대로 말할 수 없었다. 테이크아웃 일회용잔을 쓰지만 환경파괴범 취급을 받는 건 싫었기 때문이었다.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은 기자지만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의 일환으로 오는 2021년부터 모든 식당, 카페,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 추가 금액을 내도록 했다. 지금은 매장 내에서 다회용잔에 음료를 먹다가 남은 양을 테이크아웃잔에 옮겨 담으면 됐지만 내년부터는 몇 백원의 추가 금액을 내야 하는 것이다. 돈을 내지 않으려면 텀블러를 사용하면 된다. 최근 들어 텀블러의 존재감이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이를 통해 환경부는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고백컨대 종전의 기자는 텀블러 사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창피하지만 사실이다. 실내서 플라스틱 잔 사용이 금지된 지난 3월 이전에는 악의 없이 일회용잔을 마구 써왔고, 3월 이후에는 정부 지침에 따라 머그잔을 불평 없이 사용했다. 매일 다량의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신 돌보기에, 귀찮은 텀블러 설거지까지 더하느니 그냥 몇 백원 더 내고 말지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동안 기자에게 일회용잔 사용은 비용 혹은 체력의 문제였지, 환경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인의 말 한 마디는 기자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내 주변에 환경을 생각한 작은 움직임이 있음을 목격한 순간 비로소 내 일이라는 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뒤늦었지만 깨달음은 컸다. 일회용잔 사용 절감은 정부의 주창에 국민이 어쩔 수 없이 응답해야 하는 상명하복식 정책이 아니라, 내가 쓸 물과 내가 밟을 땅을 아끼기 위한 당연한 실천이라는 생각이 들자 기자는 곧장 마음에 드는 텀블러 찾기에 돌입했다. 즐거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테이크아웃잔 비용의 부담을 전가하나"라는 불만도 나온다. 그럴 수 있다. 그동안 공짜로 이용해왔던 물건에 대해 값을 매기면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빼앗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테이크아웃잔 추가 금액을 '징수'가 '환급'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덜 억울하다. 구매금액은 사실상 '보증금'으로 다 사용한 일회용잔을 카페에 돌려주면 지불했던 금액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사실상 비용적 부담은 0인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카페에 다시 돌려준다'는 행위의 귀찮음이라는 새로운 부담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는 텀블러를 매일 씻어야 하는 귀찮음과 궤를 같이 한다. 기자는 이런 종류의 귀찮음을 이겨내고자 기꺼이 노력할 것이다. 무언가를 아끼는 일은 귀찮음을 극복하겠다는 다짐과 같기 때문이다. 

강남역 인근 야외 구조물 위에 먹고 버린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잔들이 잔뜩 놓여있다. /사진=박지호 기자
강남역 인근 야외 구조물 위에 먹고 버린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잔들이 잔뜩 놓여있다. /사진=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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