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안’ 시기나 전략상 좋지 않다···日 수출규제 철회 기다리며 강제징용 문제 시간 갖고 풀어야”
“일본이 수출규제 철회 안하면 지소미아 종료, WTO 제소 절차 재개”
“정부, 일본에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반인도적 불법행위' 인정 요구하고 있어”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해법을 한국이 나서서 서두를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발의 예정안에 대해 시기나 전략상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5일 시사저널e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조건부 연기 결정으로 일본에게 수출규제 철회의 ‘공’이 넘어간 상황에서 일본의 조치를 기다리며 강제징용 문제는 시간을 갖고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일본에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최 위원장은 일본이 수출규제 철회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지소미아를 종료하고 WTO 제소 절차 재개가 불가피하다고도 밝혔다. 다만 이달 말 중국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결과물이 나오기보다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문희상 의장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해법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동원 피해자와 시민단체는 일본 정부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인정 및 사과를 전제하지 않았다며 반발한다. 문 의장 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결정으로 일본에게 수출규제 조치 철회라는 공이 넘어갔다. 상황과 방향이 이처럼 바뀌었다. 그런데 문 의장이 먼저 나서서 강제징용 해법을 빨리 꺼내 지금 상황이 이상해졌다. 문 의장 안은 시점이나 전략상 좋은 카드가 아니다. 수출 규제를 한 일본에 이를 정상화시키라고 쭉 요구하다가 강제징용 문제가 다시 부각되게 한 것이다. 일본이 수출규제 철회를 압박받는 상황에서 우리가 강제징용 문제를 소환해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한국이 어떻게 하나 일본이 팔짱 끼고 보는 상황이 돼버렸다.

지금은 입법 상황도 아니다. 국회의장이 한일 간 첨예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입법을 서두를 위치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의원들이 하면서 논란을 겪고 정리도 되는 것이지 의장이 서둘러서 입법을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

내용적으로는 상대국이 있는 상황에서 문희상 의장 안을 지나치게 모두 공개했다. 초기에 위안부 문제(화해치유재단 잔액 사용)까지 거론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적절하지 않은 안을 내놔서 방향을 혼란시켰다.

근본문제인 강제동원 해법은 장기적 과제로 남기고,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먼저 처리할 수 있는가?

그게 맞다.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연기했으니 일본의 수출규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다시 강제징용 문제까지 합쳐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전략상 맞지 않다. 강제동원 해법을 둘러싸고 우리가 먼저 무엇을 빨리 하려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그리하면 강제동원 해법이 쟁점이 돼 버린다.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까지 합쳐서 다 같이 하고 싶어 한다.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로 지소미아 종료 결정 권한은 우리가 갖고 있다. 지소미아 이니셔티브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대해 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다시 지난 7월 초기 상황으로 되돌아가서 강제징용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하자는 것은 국내적으로도 논란이 된다. 현재 쟁점은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문제로 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의 해답을 기다리며 강제징용 문제는 시간을 갖고 풀어가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 좋은 방향이다.

일본 외무상 등은 여전히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한일 정부의 의견 차이가 큰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들면 일본으로부터 최소한의 진솔한 사과도 못 받고 타협 아닌 타협이 돼버린다. 굳이 이 문제를 어설프게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된다. 강제징용 당사자들이 있다. 또 강제징용 문제를 넘어서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각축 과정에서 아베 정권의 일본 재무장화 꿈 등 용납할 수 없는 변화와도 연관돼 있다. 다만 강제징용 생존자들이 줄어드는 것이 부담이다. 그래도 이것이 우리의 본원적 한계로 인식이 되면 더 실책이 될 수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의 반인도적 불법행위 인정, 사과,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일본 측에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이러한 부분들을 요구하고 있나?

이거는 모든 정부가 계속 요구해왔다. 현재 정부도 일본에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정이 중요하다. 이는 한일 모든 과거사 사안의 기본이다. 인정만 되면 다 해결된다. 강제동원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도 모두 해결된다. 그러면 배상 문제도 해결된다. 그러나 일본은 재무장화, 군사 대국화, 전범국 일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아베 정권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불법성, 강제징용 반인도적 불법성,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불법과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베 정권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까지 무력화 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이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 인정하는 것을 분명한 기조로 잡고 가야 한다.

시사저널e는 지난 5일 최재성 위원장과 국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권태현 피디
시사저널e는 지난 5일 최재성 위원장과 국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권태현 PD

11월 22일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연기했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위한 수출관리정책 대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일 간 합의의 단초는 누가 먼저 제공한 것인가?

일본이 먼저 합의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는 추이를 보면 된다. 일본의 움직임이 먼저 있었던 것은 지소미아 종료 지렛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 입장은 분명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변화가 전제돼야 WTO 제소 중단과 지소미아 연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소미아 종료가 연기됐다는 것은 일본 측에 태도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합의의 단초를 제공한 것에 대해 양국 정부가 서로 상대국이 먼저 했다며 다른 말을 하고 있어도 이러한 추이를 보면 한국 정부의 말이 맞다. 

한일정상회담이 12월말 예정돼있다. 정부는 현재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한일 정상회담 때까지 어느 정도 해결하라고 시한을 정한 것인가?

한일정상회담 시기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 정상회담 때까지 양국이 협의를 해서 결과를 내는 상황, 결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 결과를 12월 안에 내지는 못했지만 협의가 진행이 되는 세가지 경우가 있다. 이 가운데 ‘진행’의 가능성이 높다. 연내에 마침표는 못 찍지만 진행이 될 것으로 본다. 한일정상회담 때까지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WTO 제소를 재개 하거나 지소미아를 종료하는 것은 아니다.

한일정상회담에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진행형으로서 진도가 나가는 과정이 된다면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아무런 합의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거나 시간을 너무 끌면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도 지소미아를 종료하고 WTO 제소 절차를 이어갈 것인가?

거기까지 가지 말아야 하는데 일본의 변화가 없으면 불가피하다.

WTO 제소 절차까지 중단한 것은 아쉽다는 의견이 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의 근거로 주장한 한국으로 수출한 군사적 전용 가능 물품이 북한에 유입될 수 있다는 의혹 제기가 허구이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사실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임을 WTO 승소를 통해 입증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버튼(결정권)은 우리가 갖고 있다. 패널 설치를 보류한 거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연관이 있다. 지소미아 종료와 WTO 제소라는 두 개의 버튼을 우리가 갖고 있다. 무장해제 한 게 아니다. 일본에게 수출규제 태도 변화의 공을 넘겼다. 지소미아 종료 버튼을 가진 잠정중단 전략을 썼으니, WTO 제소 절차도 잠정중단 하면서 일본에게 해결하라는 것으로 방향이 집결된 것은 좋은 전략이다.

한일 국장급 수출관리정책대화가 오는 16일 열린다. 한국의 목표는 무엇이며 이를 위해 전략물자관리 강화 등 한국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가?

일본은 한국의 전략물자관리가 부족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국제적 비교를 봐도 일본보다 우리가 잘 관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 전략물자관리를 어떻게 먼저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략물자관리는 우리가 보완할 문제가 아니다. 한일 국장급 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의 목표는 일본의 한국 대상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철회와 백색국가 배제 철회다. 일본은 이러한 비정상 규제를 바로 잡아 무역 정상화를 해야 한다.

지난 7월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시작한 후 5개월이 지났다. 경제적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이 잃은 것과 얻은 것은 각각 무엇인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안 팔수도 있다는 위협이다. 수출 심사를 까다롭게 해서 기간도 오래 걸리고 공급의 안정성을 저해하기에 불안해진다. 한국에게는 불안정성이라는 타격이 있다.

일본의 경우 해당 소재 기업들은 굉장한 손해를 보고 있다. 한국에 수출 물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든다. 점유율이 높은 만큼 한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그 회사들에 절대적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움직임으로 가고, 국민들은 불매운동과 여행 안 가기를 하고 있다. 이에 일본은 현실적 피해와 장기적 피해를 받고 있다.

일본은 불매운동과 여행 안 가기로 현실적 피해를 보고 있는데 특히 여행 안 가는 것이 큰 피해다. 일본 경제는 신산업이 없이 과거의 경제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아베 노믹스라는 거품 정책으로 지탱하면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관광 산업 등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이 관광에 피해를 받는 거다.

일본이 수출규제한 불화수소에 대해 한국이 국산화하면 해당 일본 기업은 휘청거린다. 앞으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계획이 잘 되면 장래에 일본 의존도를 현저히 줄인다. 일본에 장기적 타격이 된다. 셈법을 보면 우리는 적자 계산서는 아니다. 일본은 확실히 손해 보는 계산서다. 시간은 아베 정권에게 등을 돌릴 것이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한일 갈등의 출구는 언제, 어떻게 가능할까?

도쿄올림픽이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본은 방사능 문제까지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 아베의 과욕이 올림픽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일본 부흥을 기치로 하려는 도쿄 올림픽인데 이것은 정치적이다. 일본은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선수들에게 공급하겠다, 후쿠시마에서 경기 하겠다’면서 방사능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치적 과욕이 오히려 자승자박이 됐다. 그 안에서 한일 문제가 진전될 수 있는 역설적 계기가 있다.

다만 우리는 서둘러선 안 된다. 서두르지 않는다는 기본 기조에 충실해야 한다. 빨리 갈등을 해결하려다가 패착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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