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입 없애고 할인 쿠폰 줄이고···수익성 중심 전략, 11번가와 비슷
“타임커머스 가격 전략만으론 한계” 지적도

롯데와의 인수합병설을 부인한 티몬의 당면 목표는 흑자 전환이다. 자본 잠식에 빠진 티몬은 장기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기업공개(IPO)를 통한 재도약이 목표라고 밝혔다. 티몬은 이를 위해 직매입 사업을 중단하고 쿠폰 발급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올 1~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11번가의 전략을 따라가는 모습이다. 

티몬은 롯데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위기감은 계속되고 있다. 티몬은 최근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신한캐피탈과 국내 한 저축은행에서 9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조달했다. 300억원의 추가 자금 유치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두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될 전망이다. 다만 티몬의 목표 투자액인 1200억원이 모일지라도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만 8304억원인 티몬의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티몬이 좀 더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책으로 비용구조 개편을 통한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은 이유다.  

이진원 대표가 취임한 지난 6월에 티몬이 한 차례 더 강조한 것도 바로 흑자 전환이었다. 티몬은 오는 2020년 분기 흑자 전환, 2021년 연간 흑자 전환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티몬의 매출액은 497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0% 급증했지만 영업손실은 오히려 6.9%나 늘어났다. 거래액·매출 등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 내실화는 놓쳤다는 의미다. 

◇ “月 단위 적자 100억원→20억원으로 감소”

그동안 티몬의 매출에서는 크게 큐레이션딜(타임커머스)과 마트(슈퍼마트) 등 2가지 사업이 절반씩을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큐레이션딜 매출이 2460억원, 마트 매출이 2511억원이었다. 오히려 마트 매출 비중이 더 높았다. 다만 티몬은 마트 사업의 중추였던 직매입을 점차 줄여오다 지난 7월 완전 중단했다. 판매금액이 고스란히 매출에 반영되는 직매입은 매출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익성 제고에서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 팔리지 않은 직매입 상품은 업체에 고스란히 재고, 즉 빚으로 남을뿐더러 물류 관리 면에서도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티몬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슈퍼마트. 티몬은 지난 7월 마트 직매입을 완전 중단하고 비용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티몬
지난해 티몬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슈퍼마트. 티몬은 지난 7월 마트 직매입을 완전 중단하고 비용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사진=티몬

대신 나머지 절반을 차지했던 큐레이션딜, 즉 타임커머스에 집중하고 있다. 타임커머스의 경쟁력은 가격이다. 가격이 낮아지면 그만큼 마케팅비용이 들어가면서 수익성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티몬은 "가경 경쟁력이 강한 상품을 제공하면서도 회사가 제공하는 쿠폰비용은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오픈마켓에 물건을 파는 셀러는 광고비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생수 브랜드라 할지라도 상단에 위치한 생수가 더 잘 팔리기 마련이다. 광고비는 바로 목이 좋은 곳을 잡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티몬은 타임커머스 매장에 들어가는 셀러에게는 따로 광고비를 받지 않고 있다. 셀러 입장에서는 광고비를 아낀 비용으로 제품 가격을 낮춰 티몬에 제공한다. 박리다매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즉 여타 이커머스처럼 할인 쿠폰 제공과 같은 마케팅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티몬 관계자는 "할인 쿠폰으로 최저가를 맞추지 않는다. 최소한의 마케팅과 광고 활동으로 최대한 판매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매입 및 물류비 절약, 할인 쿠폰 마케팅비 절약의 효과가 실제로 드러나고 있다는 게 티몬 측의 설명이다. 티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단위 적자가 100억 규모였다. 현재는 월 기준 20억대로 적자 규모가 줄어들었다"면서 "이런 수준이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월 단위 흑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같은 모습은 올해 흑자 전환이 가시화한 11번가의 전략과 유사하다. 당초 연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 11번가는 비효율적인 직매입 사업 축소와 최저가, 쿠폰 제공 지양 등 수익성 중심 경영을 펼쳐서 1~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티몬 역시 11번가와 비슷한 고민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업익을 내고는 있지만 매출액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계속 흑자 기조로 가면 손익은 좋아지지만 볼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본 운영비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맞추려면 기업의 다운사이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진원 대표가 취임 당시 강조했던 '충성 고객' 유치에도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지속 가능한 구조로 충성도 높은 진성 고객들을 만들어가는 것만이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티몬이 현재 밀고 있는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충성 고객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은 한 업체만의 배타적인 장점이 될 수 없다"면서 "만약 롯데같은 대기업이 초저가 마케팅에 돈을 쏟아붓는다면 가격 경쟁에서 다른 이커머스는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로켓배송이나 네이버페이와 같이 차별화되거나 범용성이 뛰어난 서비스를 갖고 있지 않는 한 소비자들은 어디로든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원 티몬 대표. /사진=티몬
이진원 티몬 대표. / 사진=티몬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