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시민사회 “안보실 교체·남북경협” 요구 목소리
“북미 무력 분위기 조성하지만 실제 전쟁 가능성은 낮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국가안보실 정의용 실장,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국가안보실 정의용 실장,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 / 사진=연합뉴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중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제대로 된 중재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반도 전문가들과 시민사회에서는 대북 정책 컨트롤 타워인 국가안보실 인사 교체와 남북경협 재개 적극성을 요구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북미가 무력 사용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한반도에서 실제 전쟁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북한이 2020년 초 대화를 통한 북미 비핵화 협상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비핵화 논의에서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는 서로에게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우선 전문가들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어려움을 마주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반도가 전쟁에 빠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6일 김광수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은 “북미 모두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며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북한이 가진 상황에서 북한을 선제 공격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력 사용 가능성 발언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다. 이는 북한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은 사실상 없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어려움을 맞았다”며 “한국 정부가 북미를 자제시키고 북미 간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이 중요한 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고비를 맞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제대로 된 중재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북 정책을 지휘하는 국가안보실 인사 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및 남북관계 진전에서 국가안보실의 역할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대북 정책에서 컨트롤타워로서 제대로 된 전략과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국가안보실 인사들의 교체가 필요한 때다”며 “국가안보실장, 안보실 제1, 2차장,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전문가의 투입이 필요하다. 현재 가장 부족한 부분은 한미 간 비핵화 협상 방향에 대해 큰 그림에서 합의가 없다. 한미워킹그룹도 이러한 큰 그림에 관해 합의를 못 한다”며 “북한이 큰 관심이 없는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갖고 북미 실무회담에 미국이 나서니 북한이 부정적인 상황이다. 한미 간에도 이견이 있는데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경협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비핵화 개념과 방법, 평화체제, 4자 및 6자회담, 제재완화 등 포괄적 협의를 진전해 합의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략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광수 이사장도 “국가안보실 라인의 교체가 필요하다. 관료 출신들은 주권 국가로서 미국과 동맹 관계를 대하는 점이 부족했다. 한국과 미국의 이익이 충돌할 때 미국이 불편해해도 한국의 이익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어야한다”며 “지난해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했다. 또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을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로 규정했다. 이러한 정신에 입각해 동맹문제를 봐야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김 이사장은 국가안보실의 역할에 대해 “북한은 사전적 선의 조치로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상호 신뢰관계에 입각해 상응조치가 필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압박 정책을 풀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사전 조치에 대해 미국의 상응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고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를 설득해야한다. 미국적 시각에서 북한을 압박하면 남북관계도 같이 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내정간섭의 오해 소지가 있는 한미워킹그룹을 없애야 한다. 한미는 워킹그룹을 상설화해서 남북 관계 및 남북 정상 간 합의 내용까지 이행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미국에 이것이 불필요하다고 말하고 해체를 요구해야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남북경협 재개의 적극성을 정부에 주문했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재개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5일 서울에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시민한마당’ 행사를 열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고 남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은 “아무리 힘들어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포기할 수 없다. 정부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우리가 나서서 지켜내야 한다”며 “지난번 강원 고성 행진에 이어 서울에서도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도보 행진을 통해 우리의 의지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영상을 통해 “국민이 열정을 가진다면 남북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연대와 협력 의사를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