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기술 자립화 선언
브로드컴, 퀄컴 등 주요 미국 팹리스 3분기 매출 하락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1년 가까이 지속되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전세계 상위 반도체 칩 설계 업체들의 매출 실적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제재를 받던 화웨이가 기술 자립화에 속도를 내면서 주요 공급사들의 매출이 급감했다.

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글로벌 집적회로(IC) 디자인 상위 3개사인 브로드컴, 퀄컴, 엔비디아 등의 매출 실적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다.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업체는 퀄컴이다. 올 3분기 퀌컴의 매출은 36억1100만 달러(약 4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2.3% 매출이 감소했다. 트렌드포스는 화웨이가 자회사을 통해 조달받는 스마트폰용 칩셋 출하량을 늘리면서 직접적으로 퀄컴 매출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지속되고 있지만 화웨이는 도리어 기술자립 카드로 응수했다.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7나노 기반 5G 시스템온칩(SoC)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데다가, 구글 안드로이드 대신 자체 개발 운영체제(OS)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최근엔 내년 스마트폰 3억대를 출하해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를 따라 잡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이 가운데 IC 설계 1위 업체 브로드컴은 3분기 연속 매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 3분기 브로드컴의 매출은 41억8400만달러(약 5조68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실적 중 가장 감소 폭이 크다. 3위 업체인 미국 엔비디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한 27억3700만달러(약 3조 255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요 업체 실적이 쪼그라들면서 전체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올 3분기 주요 10개사 전체 매출은 174억3400만달러(20조 737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 

다만 같은 기간 미국 기업 중 AMD와 자일링스는 매출이 늘었다. 전체 시장에서 5위 매출을 기록하는 AMD는 올 3분기 18억100만달러(2조 1423억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9.0% 실적이 늘었다. 최근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부족 문제가 지속되면서 노트북, PC 등 주요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6위 업체 자일링스의 3분기 매출은 8억3300만달러(9909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실적이 성장했다. 트렌드포스는 자일링스의 전 제품군의 실적 성장이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7위를 기록한 마벨은 올 상반기 저장장치 솔루션 사업을 통해 예상 외 선전을 거뒀지만 올 3분기부터는 이 같은 수요 흐름이 약세로 흘렀다. 마벨은 미국 제재를 받는 화웨이의 네트워킹 칩 사업의 주요 고객사로 둔 업체다. 수요 약세에 화웨이발 영향으로 마벨은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5% 하락한 6억5900만달러(78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만 리얼텍은 전년 동기 대비 30.5% 성장한 5억1400만달러(6114억원) 매출을, 노바텍은 3.5% 성장한 5억3200만달러(6328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미디어텍은 21억5400만달러(2조 562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다. 

트렌드포스는 “미국의 상위권 3개 업체 실적 부진 때문에 올해 전세계 IC 설계 산업 전체 매출이 감소세를 보였다"면서도 "다만 미국 기업들이 미중무역분쟁으로 정해진 규제를 피해 운영 방향을 조정하면 내년 IC 설계 시장은 5G, AI 기술 대두로 인해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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