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선점 동남아 시장 도전장 낸 현대차···“정의선 묘수, 전기차일 것”
SK이노·CATL 등장에 현대차 공급 독점 깨진 LG화학과 인도네시아에서 재조우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굳건하게 비쳐지던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의 ‘배터리 동맹’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나오던 가운데, 이들 두 회사가 나란히 인도네시아 진출을 시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6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약 40km 떨어진 브라스시 델타마스 공단에 아세안 지역 최초의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기로 확정했다. LG화학도 인도네시아 현지에 배터리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LG화학은 2조7000억원을 들여 모듈·팩·셀 등의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 회사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현지 정부의 오랜 요청 끝에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지난달 아구스 구미왕 카르타사스미타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이 방한했을 당시 국내 주요 기업들과 만나 투자 유치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각 업체들의 니즈에도 부합했겠지만, 특히 인도네시아 측이 두 회사에 대해 투자 유치를 더욱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촉진을 위해 대통령령이 공포되는 등 관련 사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석유 수입에 따른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인데, 최근에는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니켈의 수출을 금지하는 등 자국 산업 육성 및 외자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신설 공장에서 생산될 차종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다만 현지 정책이 전기차 육성 기조이기 때문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소형 다목적차량(MPV) 등 현지에서 인기를 끄는 차종들과 더불어 전기차를 생산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배터리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에 나설 경우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두 업체의 인도네시아 조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업계는 이런 상황을 상당히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장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두 기업 사이에 전과 다른 기류가 감지되던 상황에서 나란히 인도네시아 진출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차 전기차 배터리는 LG화학이, 기아차 전기차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이 독점적으로 공급해 왔다.

그러던 현대차가 제네시스 전기차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중국 현지 출시 전기차 모델에 CATL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이를 균열 조짐으로 보는 시각이 불거졌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완성차업체는 배터리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배터리업체는 판로를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다만 두 회사가 그간 워낙 공고한 관계를 보여 온 만큼, 이런 해석도 나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곳 공장을 발판으로 동남아 시장을 장악 중인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유독 인기를 얻고 있는 곳으로 분류된다. 인도네시아만 하더라도 시장점유율 62%를 차지하는 상위 3개사가 토요타·다이하츠·혼다 등 모두 일본 회사다. 이번 진출을 앞두고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전략을 잘 짜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는데, 업계는 그 같은 전략의 핵심을 전기차로 보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현지 정부의 기조 외에도 원활한 원자재 수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현지 진출의 장점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이다. 이는 오는 2024년 배터리 매출 30조원을 달성해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 LG화학은 한국·미국·중국·유럽 등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현재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은 약 70GWh 수준이며, 내년까지 1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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