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 ‘8년 임대 후 분양’ 검토
성남 고등·고양 삼송에서도 분양 연기 속출
“분양가 인위적 조정 시 로또분양·청약과열 등 역효과 우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과천과 위례, 성남 등 수도권 알짜 단지의 분양 일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분양가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사 간의 힘겨루기가 여전한 탓이다. 분양일정 지연이 잦아짐에 따라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예비 청약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면 자칫 로또분양·청약과열·공급부족 등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6일 분양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조성되는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는 분양 일정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3.3㎡당 분양가 2600만원을 요구하는 대우건설과 2205만원을 고수하는 과천시 간에 의견차가 좁혀지질 않고 있어서다. 과천시 분양가심사위원회는 앞서 정한 분양가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대우건설은 그동안 투입된 비용을 고려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지난 8월 예정이었던 분양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또 대우건설은 임대 후 분양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8년간 임대 후 일반분양하면 심사 없이 분양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과천지식정보타운 12개 블록 중 6개 블록이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 같은 민간 분양인 만큼 다른 단지들도 분양 일정이 줄줄이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같은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위치한 ‘과천제이드자이’ 역시 분양가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단지의 경우 토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하고 GS건설이 자본 출자·설계·시공에 나서는 민간참여형 공공분양 아파트다. GS건설과 LH는 당초 과천제이드자이의 3.3㎡당 분양가를 2400만~250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첫 분양 주자로 나선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가 예상 분양가보다 훨씬 낮은 2200만원대에 책정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천과 함께 분양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위례신도시(북위례)와 성남 고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호반그룹이 지난 10월 공급할 예정이었던 ‘송파 호반써밋 1·2차’도 분양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송파구청 분양가심사위원회로부터 분양가를 통보받았지만 예상보다 낮아서다. 호반은 재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우미건설은 이달 예정됐던 ‘위례신도시 우미린 2차’(420가구)'와 ‘고양 삼송 우미라피아노’(527가구) 분양을 각각 내년 3월과 2월에 분양할 예정이다. 중흥건설도 ‘위례 중흥S-클래스’을 내년 중 공급할 계획이다. 성남 고등지구에 올해 7월 분양 예정이었던 ‘성남고등자이’ 역시 지자체와 건설사 간 분양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분양 일정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전문가들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면 자칫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를 너무 낮추고 내년에 한꺼번에 풀리게 되면 또다시 ‘로또 분양’ 논란을 불러 청약 경쟁률만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건설사의 사업 위축으로 인한 공급 감소로 주변 아파트 가격을 자극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건설사들은 분양가가 낮아지게 되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만큼 시장 상황을 고려해 분양시기 등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분양보증 심사가 여전히 까다로운 만큼 분양 일정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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