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단체 “개정안 저지 총력”···세무사 단체 “‘헌재 판결 취지대로 조정돼야”
회계장부작성·성실신고확인 업무 등 제외 여부 핵심 쟁점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판결 해석 두고도 ‘평행선’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세무사법 개정안의 개정완료 시한(12월 31일)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개정안의 내용과 처리여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들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의 내용이 세무사 단체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이 반영됐다며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변호사 단체와 세무사 단체는 세무대리 업무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어 왔다. 세무사 단체들은 세무대리 업무는 세무사의 전문 고유 분야라는 점을 부각시켰고, 변호사 단체들은 세무대리 업무가 본래 변호사의 분야 중 한 부분인 만큼 이를 제한하는 규정을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갈등 속에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26일 2004년부터 2017년 사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주되 세무대리 업무는 할 수 없도록 한 세무사법 규정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바 있다. 그러면서 올해까지 해당 법률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세무사법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고,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세무사회 등 유관기관 등도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다양한 제시안 중 지난 9월 입법예고된 정부통합안은 변호사가 모든 8가지 세무대리 업무는 할 수 있되, 대신 교육을 받은 후 세무대리 등록부에 등록하도록 했다. 반면 지난 10월 15일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에서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세무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한 변호사에 대한 실무연수를 의무화하고, 회계장부 작성, 성실신고확인 업무 등은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이들 대안들은 자동 폐기됐지만, 조세소위와 기재부는 이른바 ‘김정우안’을 기본으로 한 대안을 최종 낙점했고, 해당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해 이번 주 또는 다음 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될 전망이다.

개정안을 둘러싼 변호사 단체와 세무사 단체 간 갈등의 핵심 쟁점은 ▲변호사에 대한 회계장부 작성‧성실신고확인 업무 금지 여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해석 ▲세무사법 개정안과 관련 법률 등과의 상충 여부 등이다.

변호사 단체측은 회계장부 작성, 성실신고확인 업무 등은 세무조정과 함께 세무대리의 핵심 업무인 만큼 이를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세무대리 업무를 제한하는 조치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한 온전한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법에 대한 해석과 적용이 필수적으로 요구돼 해당 업무의 전문가인 변호사에 대한 업무 제한은 소비자들의 세무서비스 선택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세무사법의 취지인 세무대리의 전문성 확보, 납세자의 권익 보호 등에도 전적으로 반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지난 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세무사법 개악 반대 궐기대회’에 참석해 “변호사의 세무업무를 제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한다. 변호사의 세무업무를 제한하면 안 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며 “국회는 위 결정을 존중하여야 하며, 이를 법률로써 제한하는 개정안 통과는 또 다른 분쟁을 예고하는 위헌적인 처사에 해당함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변호사의 세무업무를 제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이창원 기자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변호사의 세무업무를 제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이창원 기자

백승재 세무변호사회장도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변호사들에게는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돼 있었지만, 절차가 세무사법상 마련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 헌재가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변호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하라고 결정한 것”이라며 “(기재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헌법재판소 불합치 결정의 본질적 취지를 몰각시킨 것이다. 헌법재판소라는 헌법기관의 권능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계장부 대리, 성실신고확인 등 업무는 외국의 경우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세무사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한 독점적 자격”이라며 “세무사들이 독점적으로 해당 업무를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들의 법률적 자문, 재판, 불복 등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문찬두 세무변호사회 운영위원장도 “회계장부 대리 업무는 세무의 시작이다. 세무 대리인이 장부 작성을 하지 않으면 영업장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금신고, 불복절차, 세무조사 대응 등을 절대 맡길 수 없다”며 “팔, 다리를 자른 것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조삼모사식’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세기본법에는 이의신청, 조세심판 등 여러 가지 불복 절차에 대한 대리는 변호사가 할 수 있다고 분명히 규정돼 있다”며 “하지만 개정안에는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는 1개월에 실무연수 교육을 받고 세무대리등록부에 등록 후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 국세행정의 기본이 되는 국세기본법의 내용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1개월 실무교육’과 관련해서도 백 회장은 “재판, 자문 업무 등 일정을 변호사가 조정하기 어려운 만큼 1개월이면 변호사에게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률상담과 세무대리 업무를 구분하기 어렵다. 법률 자문 도중 세무 업무를 물어보면 ‘아직 1개월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나”면서 “상속증여세, 이혼소송 위자료, 인수합병 세금 등 법률 자문 중에 세무 관련 질문은 나올 수밖에 없다. 세무사를 불러야 하나. 그 또한 동업행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위헌도 이런 위헌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범준 세무변호사회 법사위원장은 ‘세무사가 대한민국 유일의 세무 전문가다’라는 세무사 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굉장히 호도하는 것이다. 세무사 제도라는 것 자체가 대다수의 외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서 1961년 세무사 제도가 도입이 됐는데 당시 논리는 변호사 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대국민 세무서비스가 미비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변호사의 업무를 나눠주기 시작하는데서 출발한 것”이라며 “이후 단체를 만들어 권력을 갖기 시작하면서, 점차 독점력을 행사하며 ‘과대광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세무사 단체는 이와 같은 변호사 단체의 주장에 대해 “너무나 왜곡된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곽장미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은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회계장부 작성, 성실신고확인 업무 등은 제외가 된 개정안이 법사위에 넘어가 있는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반절의 성공’이지만, 이조차 법사위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우리 입장에서는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변호사 단체의 회계장부 작성, 성실신고확인 업무 등을 제외할 경우 사실상 세무대리 업무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그 분들(변호사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교육도 받지 않고 모든 세무업무를 다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단체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불합치 판결의 취지는 허용할 세무의 대리범위, 대리권한을 부여하기 위하여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의 내용은 국회에서 입법에서 규정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는 ▲세무대리를 위해서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 ▲세무대리에 필요한 전문가의 규모 ▲세무사 자격제도의 전반적인 내용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 직역 간의 이해관계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곽 회장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모두 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세무대리 업무의 범위를 조정하는 얘기”라며 “변호사의 전문성의 정도가 약하다. 로스쿨 출신들도 2%밖에 조세법을 신청하지 않았고, 예전 사법고시에서도 조세법을 선택과목으로 한 변호사는 1%밖에 되지 않았다. 회계학은 아예 빠져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회계, 세무 업무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무사 제도 도입 관련 변호사 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예전 세무 업무를 하는데 변호사 수가 부족해서 세무사를 뽑았는데 현재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세무사들이 세무업무를 독점하는 것은 폐단·적폐라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 변호사들인 애초에 변호업무를 하기 위해 지금까지 존재해왔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금 사회가 더욱 전문화가 중시되는 쪽으로 변화되고 있는데 시장의 먹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떼를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역행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곽장미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은 “헌법재판소 불합치 판결의 취지는 허용할 세무의 대리범위, 대리권한을 부여하기 위하여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의 내용은 국회에서 입법에서 규정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곽장미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곽장미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은 “헌법재판소 불합치 판결의 취지는 허용할 세무의 대리범위, 대리권한을 부여하기 위하여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의 내용은 국회에서 입법에서 규정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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