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것을 할아버지들만 보고 있었단 말이야?” 아이돌 같은 외모의 씨름 선수들이 격돌하며 씨름판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1PICK’을 부르는 씨름계의 아이돌을 만났다.

냉미남 손 희 찬

코트·팬츠 모두 자라

 

날카로운 눈매의 손희찬(25세, 정읍시청)은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빼어난 외모에 우락부락한 몸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씨름돌’이다.

전북 정읍시 수성동 주민센터에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며 100만원을 쾌척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그는 씨름이 발전하는 데도움이 된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는 생각이다.

남성미가 넘치는 몸매예요. 본래 왜소한 체격이었어요. 씨름을 시작할 당시엔 키도 작고 몸무게는 30kg대에 불과했어요. 씨름부에 찾아가 “씨름을 하고 싶어요”라고 했을 때 “집에 가!”라는 말을 들었죠. 3일 연속 찾아간 끝에 씨름부에 입단했는데, 그때부터 몸을 키우기 위해서 엄청나게 먹었어요. 지금도 식단 관리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체급 관리를 하고 있어요.

칠전팔기의 마음으로 씨름부를 찾아갔네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이에요? 우리 반에 저랑 체격이 비슷한 친구가 씨름부라기에 대결을 하자고 했어요. 쉬는 시간에 씨름장에 갔는데 5초 만에 내리 세 판을 졌어요. 제가 5남매 중 셋째라 어려서부터 승부욕이 강했는데, 지고 나니 승부욕이 불타올랐죠. 친구를 이기고 싶은 마음에 씨름을 배우려고 씨름부에 찾아갔는데 받아주지 않으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승부욕 때문에 시작한 씨름은 어땠나요? 처음엔 취미로 여겼는데 하면 할수록 재미있더군요.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했지만 이왕 시작한 거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연신내에 있는 중학교에 입학했어요. 당시 저희 집이 동작구였는데 매일 아침 지하철 첫차를 타고 1시간 30분 걸려 등교했어요. 만원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 틈에 끼여 먼 거리를 오가는 제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합숙을 하며 본격적으로 해보라고 하셨죠.

부모님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 어머니에게 씨름으로 유명한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한 후 동작구청 소속 선수가 될 거라고 이야기했대요. 어머니는 10년 후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제 모습을 보고 ‘설마…’라고 하셨대요. 취미로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학업과 병행하라고 하셨는데, 중학생이 먼 거리를 오가며 끈기 있게 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꾸셨대요.

어렵게 시작한 합숙 생활은 어땠나요? 사건 사고가 많았죠. 도망가는 아이도 있고 선생님과 선배한테 혼나기도 하고요. 그런데전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저를 믿어준 부모님에게 죄송할 것같아 끝까지 버텼어요. 씨름이 재미있기도 했고요. 제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운동신경이나 피지컬이 뛰어나지 않아 남들보다 더 노력하려고 했어요.

노력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는 선수들이 있죠. 저는 이해력이나 습득력도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타고난 친구들을 보면더 열심히 하고 싶어져요. 중학교 때 후배와 시합을 했는데 졌던 것이 계기였어요. 당시 전국구에서 1등을 하기도 했는데 후배한테 지니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개인 운동을 시작했어요. 지금도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오전·오후·야간 운동까지 하루에 4타임의 운동을 해요. 예전엔 개인 운동을 하는게 창피해 불을 끄고 몰래 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니 지금처럼 몸이 좋아지더라고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만큼 씨름이 좋았군요. 처음엔 이정도로 좋아하게 될 줄 몰랐는데 어느 순간 자부심이 생겼어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전통 스포츠잖아요. 상대방을 넘길 때의 쾌감과 모래판에 올라가기 전느껴지는 긴장감도 좋아요. 몸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긴장할 때가 있는데, 어디서 그런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어머니가 일본분이라 국적이 두 개였는데, 최근에 일본 국적을 포기했어요. 생각해보니 씨름이 있는 우리나라 국적만 갖고 있는 게 당연한 거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때 가장 뿌듯하죠? 부모님이 경기를 보러 오셨을 때 이기면 기분이 좋죠. 제가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된다는 사실이 기뻐요. 5남매다 보니 교육비가 상당히 많이 드는데, 제가 합숙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항상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었거든요. 선수로 성장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감사해요. 참, 제 남동생은 레슬링 선수 손희동이에요. 얼마 전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1등을 했죠.

긍정적인 마인드가 인상적이에요. 어떤 상황이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대학교에서 실업팀으로 옮길 땐 적응이 어려웠어요.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더라고요. 주변에서 도와줘도 결국엔 제가 이겨내야 하더군요. 그래도 정신력이 강한 편이라 이겨낼 수 있었어요. 외출·휴가도 반납하고 독하게 마음먹고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조력자도 있었어요. 같은 팀 소속의 한다복 선수가 도움을 많이 줬어요.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근력을 기르고, 기술을 알려주며 실력을 키웠죠.

씨름이 재조명받는 지금의 상황이 반가울 것 같아요. 선수로서 굉장히 기분 좋아요. 오랜만에 씨름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쉽지 않겠지만 경기력을 키워 야구나 축구처럼 강력한 팬덤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방송 촬영도 열심히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내년부턴 증평군청 소속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저한테는 큰 도전이에요.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니까요. 저 자신을 믿고 도전해보려고요.

씨름선수로서 꿈은 무엇인가요?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겠지만 저 역시 태백장사를 꿈꿔요. 팬들이 생겨 최근 열린 전국체전에서 처음으로 꽃다발과 선물을 받았는데 뭐라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SNS를 하지 않는데 팬들이 제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길래 동료들에게 물어서 가입했어요. 팬들의 관심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요. 앞으로도 제 활동을 기대해주세요.

 

뽀시래기 허 선 행

현역 씨름 선수 중 막내 라인에 속하는 허선행(21세, 양평군청) 선수는 대형견을 연상시키는 외모에 짐승돌을 떠오르게 하는 근육질 몸매로 인기를 얻고 있다. ‘뽀시래기’로 통하는 그는 씨름판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중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9관왕을 달성하고, 2019년 ‘학산김성률배 전국장사씨름대회’에선 80kg의 체급 태백급 2위를 차지한 실력파다.

씨름이 인기를 얻으면서 허선행 선수의 팬도 많이 늘었죠? 놀랐어요. 전국체전에 참가했는데 팬이 케이크를 주더라고요.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많이 늘었고, 얼마 전엔 팬들이 모인 ‘단톡방’에도 초대됐어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응원해주시면 감사하다고 말하는 정도예요. 제 이름이 선행이잖아요. 팬들이 ‘마음씨도 선행하다’라고 말장난을 치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왜 인기를 얻었을까요?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급한데 씨름은 한판 승부잖아요. 그런 부분이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빨리 끝나니까 보는 사람도 더 열광할 수 있고요.

씨름 시합을 본 네티즌들이 ‘조선 시대 아육대’ ‘여태까지 이 좋은 걸할배들만 봤냐’라고 하더군요. 재미있어요. 그래도 반응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요. 저는 씨름 선수니까 시합에 집중하고 몰입해야죠. 한편으론 경쟁자가 늘어난다는 생각 때문에 위기의식도 생겼어요.

KBS 리얼리티 예능 <씨름의 희열>로 인기가 더 높아질 것 같아요. 씨름이 사람들에게 관심받을 기회이긴 하죠. 실업팀 막내인 저는 형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론 예능 출연이 씨름 선수의 커리어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유명해졌는데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실업팀 막내란 타이틀의 무게가 상당하겠어요. 다른 팀이지만 어려서부터 봐온 형이나 마찬가지라 다들 친해요.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24~25살에 입단하는데, 저는 21살에 입단한 특이한 케이스죠. 앞으로 5년간은 막내일 것 같아요. 그런데 모래판 위에서는 냉정해요. 처음 겨루는 선수들과는 되도록 말을 하지 않을 정도죠.

막내이지만 ‘짐승돌’ 같은 몸매로 여심을 사로잡고 있어요. 씨름은 상체와 하체 근육이 고르게 발달해야 하거든요. 꾸준히 운동하니까 자연스럽게 근육이 생겼어요. 오전 9시 30분에 일어나서 12시까지 씨름 연습 게임을 하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녁에 다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공식적인 운동 시간에 하지 못했던 것을 보충한다는 생각으로 개인 운동을 하죠. 일찍 일어날 땐 땀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 양평의 공기를 마시면서 뛰기도 하고요.

초등학교 2학년인 9살 때부터 씨름을 해왔어요. 굉장히 어린 나이예요. 우연히 씨름계에 발을 들였어요. 초등학교 때 집에 가고 있는데저 멀리서 씨름을 하고 있는 게 보여 가까이 가서 지켜봤어요. 구경하다가 6학년 형하고 시합을 했는데 당연히 패했죠. 그때 제가 서럽게 울면서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코치님께 물었대요. 그래서 코치님이 내일부터 운동하러 나오라고 했는데, 그날부터 매일 나갔다고 해요. 사실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나지 않아요.

부모님이 굉장히 놀랐겠어요. 놀라시긴 했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셨던 것 같아요. 씨름 팬티나 샅바는 학교에서 주니까 크게 신경 쓸 게 없었던 것 같고요. 물론 중학교에 진학한 후 씨름을 그만둘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감독님과 동기 선수들의 부모님들이 저를 이끌어주셨어요. 굉장한 복이죠. 그래서 지금도 당시 저를 도와주신 어머님들을 “엄마”라고 부르며 연락을 드리고 선물도 챙겨 드리곤 해요.

무엇보다 씨름이란 스포츠의 매력에 빠졌으니까 가능했겠죠. 상대를 넘기고 이겼을 때의 쾌감이 좋아요. 몸으로든, 머리로든 상대방을 뛰어넘은 거잖아요. 기술만 잘 쓰면 나보다 체격이 큰 사람도 이길 수 있거든요. 어떤 때는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결국 저도 모르게 운동을 다시 하고 있더라고요. 씨름을할 때만큼은 힘든 일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것도 좋아요. 몸을 움직이며 몰입하거나 유튜브로 씨름 영상을 보며 분석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져요. 그래서 힘들 때일수록 씨름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죠.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약금을 받았을 때. 운동하면서 처음으로 돈을 버니까 좋더라고요. 집을 사서 부모님께 드렸는데 굉장히 뿌듯했어요. 지금 집보다 더 좋은 집을 사고 싶다는 꿈을 갖고 열심히 하려고요.

선수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씨름 선수들이 저를 보고 “멋있다”라고 말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씨름의 정점에 올라서서 승부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어요. 씨름은 몸 관리를 잘하면 최대 40살까지 할 수 있는데, 지금부터 관리를 잘해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좋은 선수가 되려고 노력해요. 은퇴해도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다양한 방면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그 이유가 있을 테니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선 내 앞에 있는 일을 하나씩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운동을 쉴 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요? 워낙 어려서부터 씨름을 해서 함께 씨름하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데, 보통의 또래들처럼 술자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저는 주량이 소주 4잔에 불과하지만 술자리는 좋아하거든요. 옆에서 구경만 해도 재미있어요. 그리고 해외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딱 한 번 가봤는데 더 먼 곳에 가면 어떨지 궁금해요.

씨름은 어떤 스포츠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정답이 없는 스포츠요. 오늘 이겼지만 내일 질 수도 있고, 6개월간 연습했는데 1초 만에 승패가 가려지는 스포츠가 씨름이에요. 제일 잘하는 선수가 정답이 아니라서 더 재미있고요. 정답이 없으니 하나둘씩 정답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죠. 밭다리라는 기술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거든요. 수많은 ‘수’가 숨어 있는 기술들을 분석하고 예상하다 보면 신이 나요.

재킷·팬츠 모두 자라

 

"씨름은 정답이 없는 스포츠예요. 오늘 이겼지만 내일 질 수도 있고,

6개월간 연습했는데 1초 만에 승패가 가려지는 스포츠죠.

제일 잘하는 선수가 정답이 아니라서 더 재미있고요."

 

 

센터 황 찬 섭

 

"어느 날 어머니와 소주를 한잔하다가 “내가 씨름을 한다고 했을 때, 왜 말리지 않았어?”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때 씨름이 하기 싫었거든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괴로움을 잊었고

다음 날평소처럼 운동을 했어요. "

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려 198만 뷰를 기록하며 씨름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끌어낸 ‘제15회 학산배 전국장사씨름대회’ 영상 속 주인공은 황찬섭(23세, 연수구청) 선수다. 총 7개의 씨름 체급 중 75kg 이하인 ‘경장급’에 속하는 황찬섭은 곰돌이 같이 ‘순둥한’ 외모, 그와 상반되는 탄탄한 몸매로 여심을 업어치기 하고 있다.

화제의 영상 속 주인공이에요. 아이돌 같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쑥스러워요. 1년 전에 열린 대회인데 갑자기 화제가 됐어요. 어느 날 갑자기 인스타그램으로 ‘팬이에요’라는 메시지가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를 찾아봤더니 조회 수가 2만 뷰정도였는데 갑자기 늘어나더라고요. 사실 처음엔 패한 경기가 화제에 올라 창피한 마음이 컸어요.

대중에겐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을 거예요.(웃음) 다들 승부에는 관심이 없으시더라고요. 이런 스타일의 씨름 선수도 있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어요. 씨름 선수는 뚱뚱하다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그런데 주변에서 볼 법한 평범한 체격의 선수들이 시합을 하니 관심을 보이시는 것 같아요.

‘노년층이 좋아하는 옛날 운동’이라는 편견이 있었죠. 씨름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비인기 종목이던 씨름이 저로 인해 관심을 받으니 좋아요. 씨름이 이슈가 된 뒤 얼마 전 전국체육대회가 열렸는데,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어요.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여성 팬이 늘어난 걸 실감할 수 있었죠. 처음으로 팬들에게 선물도 받았는데,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생겼죠? 월급을 받고 운동하는 운동선수일 뿐인데 ‘제2의 씨름 스타’라며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니 마음이 무거워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도 생겼고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외적인 모습 말고, 실력과 성적도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얼마 전 열린 전국체전 씨름 경기에서 ‘황찬섭앓이’가 제대로 느껴졌어요. 모든 선수가 씨름을 하면 팬이 생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렇게 팬들의 응원을 받는 경험을 하니 신기하죠. 그런데저 말고도 멋있는 선수가 많아요. 슬림하고 핸섬한 선수도 많죠. 이번 기회를 통해 씨름이란 스포츠의 재미도 알려질 것 같아요.

씨름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예측할 수 없는 역동적인 스포츠예요. 샅바를 잡을 때 벌어지는 신경전부터 예사롭지 않죠. 또 기술의 종류가 다양해요. 공식적으로 알려진 기술은 대한씨름협회의 기준으로 55가지 정도지만 제대로 파헤쳐보면 그 수가 상당해요. 그런 기술을 캐치하면서 경기를 보면 재미가 두 배가 되죠.

대다수 사람들은 씨름은 힘과 무게로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한라(105kg 이하)와 백두(140kg 이하) 체급은 파워풀한 대결을 보는 재미가 있죠. 그런데 금강(90kg 이하)이나 태백(80kg 이하)은 조금 달라요. 특히 태백급은 스피드와 씨름의 모든 기술이 결합되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있어요.

씨름 경기를 보기 전에 숙지해야 할 기술이 있나요? 밭다리나 안다리걸기, 뒤집기만 알아도 재미있을 거예요. 안다리는 오른쪽 다리로 상대방의 왼쪽 다리를 걸어 샅바를 당기면서 가슴과 어깨로 상대방의 상체를 밀어 넘어뜨리는 기술이에요. 밭다리는 상대방이 오른쪽 다리를 내밀고 있거나 무게중심이 오른쪽에 있을 때사용하는 기술이에요. 오른쪽 다리로 상대의 오른쪽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거죠. 뒤집기는 경량급에서 볼 수 있는 기술이에요. 등띠를 잡고 위에서 등을 누를 때, 상대편 몸 아래에 있는 선수가 뒤집어 젖히는 고난도 기술이죠.

어떻게 씨름을 시작하게 됐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12년째 하고 있어요. 교내 씨름대회에 나가 1등을 했는데 씨름부 코치 선생님이 권유하셨어요. 그때 제가 라면을 좋아했는데, 라면을 많이 주신다고 해서 넘어갔죠.(웃음) 당시 40kg 정도로 체격이 크진 않았는데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었어요. 에너지가 넘쳐 항상 뛰어다니고 사고도 많이 쳤죠.

하루 스케줄이 궁금해요. 오전 9시에 일어나 한두 시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점심 먹고 휴식하다가 오후엔 씨름 실전 연습을 하면 팀에서 하는 공식적인 운동이 끝나요. 그런데 저녁을 먹고 나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개인 훈련을 해요. 제가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에 최고가 되고 싶어 욕심을 부리는 거죠. 경남대학교 재학 시절엔 지금보다 더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그땐 힘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씨름부 선후배들과 함께 산에서 토끼뜀을 하거나 타이어를 매달고 끌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던것 같기도 한데,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살아온 인생의 절반을 씨름과 보냈는데, 슬럼프는 없었나요? 어느날 어머니와 소주를 한잔하다가 “내가 씨름을 한다고 했을 때, 왜 말리지 않았어?”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때 씨름이 하기 싫었거든요. 간간이 우승을 하는 정도의 실력이 괴로웠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 지루했어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고요. 어머니는 제가 씨름을 언젠가 그만둘 거라고 생각하셨지만 계속하니까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하셨죠.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괴로움을 잊었고 다음 날 평소처럼 운동을 했어요.

결국 운동을 하면서 슬럼프를 이겼네요. 쉴 땐 쉬고 할 땐 하면 되는 것같아요. 씨름 선수에게는 1월부터 3월까지의 동계 훈련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때의 운동량이 1년을 결정하죠. 그래서 그 기간엔 집중해서 운동하고 그 외의 기간엔 정신력 관리에 신경 쓰는 편이에요. 체력도 중요하지만 정신력도 중요하거든요. 창원시청 소속의 김민우 선배가 정신력을 다지는 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제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주는 감사한 선배님이죠.

씨름이 어떤 스포츠가 되길 바라나요? 지금까지의 침체기를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과거 이만기 선배님이나 강호동 선배님이 활동하던 시절처럼 씨름이 대중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이번 기회를 계기로 씨름의 인기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우먼센스 2019년 11월호

https://www.smlounge.co.kr/woman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헤어&메이크업 홍정화·주시연(누에베 데 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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