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으로 끝난 롯데의 티몬 인수설 주목···적자 티몬이 1조7000억원? “상식 어긋나는 몸값” 평가
美 아마존 같은 시장지배자 나올때까지 온라인 시장 혈투 계속될 것···이커머스 몸값 폭등
일각에선 이커머스 기업가치 거품론 제기···그럼에도 인수설 지속적으로 고개들듯

/그래픽=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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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업계가 티몬 인수설로 술렁대고 있다. 이커머스업체들의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기업의 인수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롯데와 티몬의 M&A(인수·합병)설은 해프닝에 그쳤지만 쇼핑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치열한 선점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유통 대기업의 M&A 시도는 지속적으로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할인 쿠폰의 남발로 출혈경쟁이 극심한 이커머스업계는 현재 영업을 하면 할수록 손실이 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매출원가와 인건비, 마케팅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매출을 뛰어넘기 때문에 만성적자에다가 자본까지 잠식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투자금이나 회사채 발행 등을 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로 진단한다. 한마디로 자생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쿠팡과 티몬, 위메프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는 각각 1조970억원, 1279억원, 3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쿠팡의 경우 누적적자로만 따지만 약 3조원에 달한다. 쿠팡은 비전펀드에서 투자금을 계속 쏟아붓고 있다. 티몬 역시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위메프는 국내 밴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적자가 만연한 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영리기업에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커머스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적자임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아마존 같은 시장지배자가 나올 때까지 치열한 자리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40%대인 것에 비해 쿠팡은 아직 10%도 안된다. 시장지배자가 나올때까지 대기업들의 선점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시장이 아직 성장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커머스 업체들의 가치는 높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게 IB업계의 평가다. 실제 만성적자에도 쿠팡은 10조원이라는 기업가치가 매겨졌고 티몬에는 1조4000억~1조7000억원의 가격표가 달렸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업체의 몸값 거품론을 지적한다. IB업계는 수익이나 자산 기준이닌 거래액을 기준으로 이커머스의 기업가치를 평가하곤 하는데 이게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투자부적격 상태인 자본잠식을 기업을 잠재력만 보고 너무 높게 평가한다는 지적이다. 티몬의 경우 적자수준 등을 고려, 거래액 3조6000억원의 절반수준인 1조7000억원대에서 인수가가 매겨졌다.

몸값 거품론은 위워크의 사례만 봐도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세계 최대 공유 오피스 기업인 위워크는 올초만 해도 470억달러(약 56조원) 정도로 평가됐으나 나스닥 상장 실패 이후 현재는 100억달러인 5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사실 위워크의 470억달러는 비전펀드가 자체적으로 매긴 액수였다. 막상 투자시장에 나가보니 평가는 냉혹했다. 

10조원이라는 쿠팡의 기업가치도 소프트뱅크가 회계장부에 계상한 금액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진 지금 나오는 기업가치는 말그대로 허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커머스 업체를 향한 구애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소비 패러다임 자체에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현 상황을 대기업들이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성만 담보되면 적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손정의 회장도 적자인 야후에 투자를 감행해 결국 대박을 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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