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금 32조원 추정···수도권 집값 자극 우려
“과거 실수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나눠서 진행할 것”

3기 신도시 입지로 선정된 경기도 고양시 창릉동 일대 / 사진=연합뉴스
3기 신도시 입지로 선정된 경기도 고양시 창릉동 일대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3기 신도시의 토지보상 계획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32조원이 넘는 토지보상금이 한꺼번에 풀리게 되면 수도권 집값을 또다시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토지보상 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의 2021년 주택 공급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는 각 지역의 토지보상금을 한 번에 풀지 않고 단계적으로 푼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이러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보상을 담당하는 LH는 이러한 국토부의 의견을 검토 중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토지보상 기간은 다소 늘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21년에 3기 신도시 주택 공급을 마친다는 정부의 계획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상을 단계적으로 한다는 말은 신도시 개발이 늦춰진다는 얘기다”며 “워낙 보상금이 많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예상 조성일보다 5~10년 더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조성을 늦추면서까지 이러한 방침을 정한 이유는 토지보상금이 한꺼번에 풀리게 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집값이 또다시 요동칠 수 있어서다. 국토부가 추정하는 3기 신도시 5곳의 토지보상금은 32조3566억원이다. 경기 남양주 왕숙지구, 하남 교산지구, 인천 계양지구의 토지보상은 2020년. 올해 5월 2차로 발표한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의 보상은 2021년 시작된다. 2년 안에 토지보상 작업을 완료한다고 가정하면 한 해에만 수십조원에 달하는 보상금이 풀리는 셈이다. 

과거 부동산 시장에서는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주변 땅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의 경우 토지 보상금 29조원 가운데 37.8%가 부동산 거래에 쓰였으며 지방에서 풀린 보상금 중 8.9%가 수도권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갔다.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 시절 ‘행복주택’ 조성 때도 보상금으로 인한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혁신도시 보상액이 수도권으로 흘러가서 집값 폭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며 “현재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 막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단계적 보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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