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임영진 등 후보군 포함···조 회장,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 성과 ‘확고’
그룹 내 2·3인자, 은행장 경력 미흡 평가···위성호 전 행장, ‘1년 공백’ 약점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사진=신한금융그룹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사진=신한금융그룹

차기 신한금융그룹 회장 선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신한금융 이사회 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최종 후보군(숏 리스트, Short List)을 발표하자 신한금융 대권을 위한 막판 경쟁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최종 후보들 중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이는 조용병 현 신한금융 회장이다. 조 회장은 약 3년동안 신한금융을 이끌며 업계 1위 자리를 재탈환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룹 내 2인자에 해당하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임기가 1년이 채 되지 못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조 회장에 대항할 뚜렷한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룹 1~3인자 및 전직 CEO 2인 최종 후보군 포함···조용병 회장, 임기 내 성과 ‘뚜렷’

5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 회추위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각 후보에 대한 최종면접을 실시한 후 최종 후보를 추천할 방침이다. 회추위는 앞서 지난 4일 오후 5명의 숏 리스트를 공개한 바 있다.

애초에 회추위 측은 최종후보만을 밝히고 그 과정은 비공개로 처리할 방침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최종 후보군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뱡향을 선회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절차 투명성’ 요구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신한금융 회장 선임과 관련해 “지배구조법에 따라 투명한 절차로 이뤄지고 있는지 선에서 볼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회장 선임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려는 회추위의 의지가 숏 리스트 공개로 표현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숏 리스트는 3명의 현직 CEO와 2명의 전직 CEO로 구성됐다. 조 회장과, 진 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그룹 내 1~3인자들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으며 전직 CEO 중에는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과 민정기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 포함됐다.

조 회장은 지난 2017년 회장 취임 후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취임 첫 해인 2017년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조9177억원으로 전년(2조7748억원)대비 5.2%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8.2% 증가한 3조1567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다. 올해 3분기도 2조8960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2조6434억원) 대비 실적을 9.6% 향상시켰다.

‘리딩뱅크’ 자리도 지키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잠시 KB금융그룹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지난해 재탈환에 성공했으며 올해 3분기까지도 1189억원 차이로 KB금융을 앞서고 있다. 최대 성과로 꼽히는 것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다. 내년도 100% 자회사 편입까지 완료될 경우 약 3000억원 규모의 순익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일한 변수로는 법률리스크에 대한 이사회의 판단이다. 조 회장은 현재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지배구조와 관련된 법적 리스크가 그룹의 경영안정성 및 신인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회추위 쪽에 전달하기도 했다.

◇진옥동 행장, 임기 1년 미만 ‘한계’···위성호 전 행장, 1년 공백이 취약점

2인자인 진 행장은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금융 부사장을 거쳐 올해 3월 신한은행장에 취임했다. 올해 3분기 1조97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취임 첫 해를 보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동기 (1조9165억원)보다 3.12% 증가한 수치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 오사카 지점장과 SBJ은행 사장 등을 지낸 ‘일본통’으로 재일교포 주주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다만 아직 은행장 임기를 1년도 수행하지 못해 차기 회장 후보로는 이르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조 회장에 의해 깜짝 발탁된 인물인만큼 조 회장과의 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16년 신한은행장 시절 자신의 마지막 인사를 통해 상무급(해외법인장)이었던 진 행장을 부행장으로 선임했다. 부행장보를 건너뛰고 바로 부행장이 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조 회장은 회장 취임 후 부행장이 된지 3개월도 되지 않은 진 행장을 지주 부사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임영진 사장은 신한은행 WM그룹 부행장, 신한금융지주회사 WM기획실 부사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신한카드를 이끌고 있다.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며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사수에 큰 기여를 했다.

지난 3분기 기준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4111억원으로 업계 불황에도 지난해 동기(3955억원) 대비 3.94% 증가했다. KB금융의 국민카드(2455억원)보다 1601억원 높은 실적이다. 다만 취임 전인 7159억원에 비해서 지난해 순익(5194억원)이 확연히 감소했다는 점, 그룹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이끌어본 적이 없다는 점 등이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전직 CEO 중에서는 위성호 전 행장이 주목받고 있다. 위 전 행장은 조 회장의 뒤를 이어 은행장을 맡아 서울시금고 유치, 신한 쏠(SOL) 출시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실적 역시 2년만에 1조9403억원(2016년)에서 2조2790억원(2018년)으로 17.46% 증가했다.

하지만 위 전 행장은 이미 2015년과 2017년에 각각 신한은행장, 신한금융 회장을 놓고 조 회장과 경쟁을 벌인 결과 두 차례 모두 조 회장에게 자리를 내준 경험이 있다. 지금은 1년 동안 현직에서 떠나있었기 때문에 조 회장을 넘어서기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응찬 전 회장의 측근으로서 2010년 ‘신한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점도 여전히 약점으로 작용한다.

민정기 전 사장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BNPP자산운용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인물이다. 다만 그룹 내 소형 계열사만 오랜 기간 맡아왔기 때문에 회장 후보로서의 경쟁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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