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더케이손보 인수전 단독 참여
KDB생명·동양생명·ABL생명 등엔 관심 '냉랭'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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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 불황으로 중·소형 보험사들이 잇따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손보사는 인수 관심이 높은 반면 생보사는 상대적으로 냉대를 받는 모양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100%를 인수하기 위한 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현재 실사를 마치고 교직원공제회와 협상을 준비 중인 단계다.

더케이손해보험은 영업 규모는 영세하지만 교직원이라는 우량 고객층을 중심으로 양질의 계약을 보유하고 있어 종합손해보험 판매 라이센스가 없는 금융지주들에게 ‘알짜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더케이손보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해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매각을 진행해 왔다. 실사에 참여한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해 양측이 가격만 합의되면 하나금융이 더케이손보를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손보사 매물은 인수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반면 생보사는 사정이 다르다. 손보사에 비해 생보사에 대한 금융지주들의 인수 관심이 떨어지면서다. 현재 보험시장에는 산업은행의 KDB생명과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의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와 있다. 잠재 매물로는 동양생명, ABL생명이 거론된다.

생보사는 업계의 인수 의지가 저조한 것은 물론 매각이 장기화되면서 인수 가능성이 더 떨어지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대형사와 견줄만한 튼튼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어 KB금융지주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으나 여타 생보사들은 초우량 매물인 푸르덴셜생명에 밀려 인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더케이손보는 지난 10월 매물로 등장해 현재 인수가 진행 중인 반면 KDB생명은 그보다 한 달 이른 9월에 매각이 공식화됐음에도 인수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18일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매각하기 위한 예비입찰을 벌였으나 사모펀드 두세 곳만 참여했을 뿐 금융지주사들은 한 곳도 입찰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KDB생명은 이번이 4번째 매각 시도다.

중국 안방보험 사태 이후 잠재적 매물로 꼽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두 생보사는 모기업인 안방보험의 부실화로 2018년 2월 중국 금융당국이 위탁경영을 하고 있다. 안방보험의 재무상태 악화로 인한 해외자산정리 차원에서 진행되는 매각인 데다 안방보험이 저축성보험 판매로 자산을 늘려왔기 때문에 2022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부채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

보험업이 전반적으로 불황임에도 유독 생보사에 대한 인수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타격을 더 크게 받는 업종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기준 생보사가 자산운용으로 거둔 수익률은 4.1%인 반면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이율은 연 4.3%로 0.2%포인트의 금리 역마진이 발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떨어지면 자산운용 수익률도 자연스럽게 하락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고금리로 계약을 진행한 저축성보험은 보험사에 역마진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손보사는 단기 상품 위주지만 생보사는 장기 상품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손실 확대 요인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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