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통합사옥 대안으로 ‘W프로젝트’ 가동···한전부지 인수 후 호텔·업무시설 계획 검토
서울시 “용산개발이 먼저” 반려에 가로막혀 답보 상태···정몽구 회장 첫 출근지 상징성도 있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자동차그룹과 국방부 간 단계적 합의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던 그룹 통합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서울시로부터 건축허가를 교부받고 내년 상반기 착공이 예고되는 등 본 궤도에 오른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의 ‘원효로사옥부지 개발사업’은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현대차그룹 안팎에 따르면 해당 개발 사업은 이른바 ‘W프로젝트’로 명명돼 온 사업이다. 과거 현대차가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일대에 GBC 건립을 추진하던 당시, 각종 난관에 부딪히자 대안으로 이곳 원효로사옥에 그룹 통합사옥 건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TF가 구성됐는데, 당시 명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4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2(삼성동 167번지) 현재 GBC부지를 10조5000억원에 사들이면서 W프로젝트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2017년 현대엔지니어링이 원효로부지를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제안서를 용산구청에 제출하면서 다시금 이곳 부지개발이 주목받게 됐다.

제안서에는 최고 48층 높이의 호텔 및 업무시설 등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를 위해 현재 2종 일반주거지역인 이곳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추진해 용적률 420%까지 높여 줄 것을 요구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까지 나서 “현대차의 원효로 복합단지를 용산구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였으나, 현재까지 이곳 개발계획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원효로사옥 부지는 3만1000㎡(약 9377평) 규모다. 마포대교 북단 인근인 이곳은 강변북로와도 맞닿아 있어 도심 및 여의도 등으로의 진출입이 용이하다. 현재 사옥 본관에 현대엠엔소프트가, 과거 영업대리점이던 곳에 들어서게 된 시승센터 외엔 사실 상 방치상태다. 현대차 서비스센터가 경기도 고양시로 이전한 것이 2017년 1월인 것을 감안하면 벌써 4년 가까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곳의 지리적 요건과 용산국제업무지구 등과의 연계성 등을 우수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이곳 개발이 더딘 까닭은 서울시의 반려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제출한 제안서를 수령한 용산구가 이를 검토한 뒤 서울시에 전달했지만, 서울시는 용산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침을 용산구에 재차 하달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이뤄지기 위해선 3종 일반주거지역을 건너뛰고 두 단계를 상향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정도 종상향이 추진되기 위해선 서울시의 의지가 뒷받침 돼야 하는데, 국제업무지구 등 용산 마스터플랜이 이행될 때 더불어 추진되지 않는 이상 독자적으론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어서 현대차 측도 별다른 방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해서 “원효로사옥 개발과 관련해 별도로 추진 중인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경영진들 사이에서는 이곳 부지를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서울시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아 계획 단계로만 머물고 있어 활용방안을 두고선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면서 “GBC에 비해 한강조망권 등이 우수하다는 점 때문에 호텔이나 고급 아파트단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원효로사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처음 출근한 지역으로 그룹 내에선 상징성이 있는 공간으로 분류된다. 정 회장은 1970년 현대차 서울사업소 부품과 과장으로 부임하며 처음 그룹 업무에 나섰는데, 당시 서울사업소가 위치했던 곳이 지금의 원효로사옥이다. 또 부지 내 체육관은 프로배구 출범 전까지 현대차 실업배구단의 훈련장으로도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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