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기준 국내외 채권형 및 대체투자 펀드 자금 이탈
투자 대기성 자금인 MMF는 8조원 이상 늘어
“자산별 방향성 뚜렷하지 않아···대내외 불확실성도 여전”

자료=에프앤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국내 펀드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던 채권형 및 대체투자 펀드가 시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큰 자금이 유입됐던 이들 펀드에서 최근 한 달 동안 설정액이 감소한 것이다. 반대로 투자대기 자금 성격인 머니마켓펀드(MMF)에는 8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 대조를 이뤘다.

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최근 한 달동안 1조4515억원의 설정액이 빠져나갔다. 32조5000억원을 넘어서던 국내 채권형펀드 전체 설정액이 31조1300억원대로 줄어든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도 1450억원 가량의 설정액 감소가 나타나 최근 채권형 펀드가 전체적으로 외면받는 모습이었다. 

국내외 채권형 펀드는 올해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펀드 유형이었다. 글로벌 주요국들의 통화 완화적인 정책에 시장금리가 내리면서 채권 강세가 나타난 영향이었다. 최근 한 달간 펀드 자금 유출에도 연초 이후로 보면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8조3598억원, 해외 채권형 펀드에는 4조6460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상태일 정도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채권 약세 흐름이 나오면서 설정액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8월 중순 1.092% 수준에서 지난 4일 1.423% 까지 큰 폭으로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다. 최근 한 달 기준으로는 금리가 소폭 하락했지만 채권 강세 추세로 이어졌다고 보기에는 쉽지 않은 흐름이다. 

채권형 펀드뿐만 아니라 대체투자 펀드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 대체투자 펀드는 최근 한 달간 2356억원의 자금 유출이 있었다. 이는 대체투자 펀드 중 주가연계펀드(ELF)의 설정액 감소(3509억원) 영향이 컸다.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550억원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올해 큰 폭으로 오른 일본재간접리츠에서 294억원 가량이 빠져나간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 

이밖에 해외주식형, 해외혼합형, 국내혼합형 펀드 유형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갔다.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는 2203억원의 설정액이 감소했다. 해외 주식과 채권 등에 함께 투자하는 해외혼합형 펀드에서는 39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역시 올들어 자금 유입이 지속됐던 펀드 유형이었다. 국내혼합형 역시 1723억원의 자금 이탈이 있었다. 

반면 MMF에는 자금이 쌓였다. MMF는 수시입출금식 초단기 채권형 펀드로 채권과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 상품이다. 소정의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주로 투자에 나서기 전 단기 자금 운용 차원에서 쓰인다. MMF에는 지난 한 달간 8조7062억원의 자금이 유입돼 전체 설정액이 97조8863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도 설정액이 8622억원 증가했다. 다만 국내 주식형 펀드 내에서도 시장 성과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서 자금이 1조3602억원 증가하는 모습이었다.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에서는 4979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같은 상황은 특정 자산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강세였던 채권과 대체투자 자산은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고 국내외 증시 역시 반등 이후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경기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해 관망하는 심리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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