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과금 유도로 혹평 일색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 ‘리니지2M’이 출시 직후부터 앱장터 매출 1위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리니지2M은 약 900일 동안 매출 1위를 지켜왔던 ‘리니지M’도 넘어섰다. 그러나 엔씨 주가는 리니지2M 출시 후 지난 3일까지 하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으로 흘렀다. 엔씨도 조용한 홍보를 하고 있다. 과도한 과금 유도 등으로 유저들에게 엄청난 혹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원작인 ‘리니지2’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4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바일게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리니지2M은 여전히 1위를, 리니지M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엔씨표 형제 게임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한 셈이다.
그러나 리니지2M 매출 1위 달성에도 불구, 엔씨는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7년 리니지M이 매출 1위를 달성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엔씨는 리니지M 첫날 매출이 107억원을 달성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식 매출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리니지2M의 선전에도 엔씨가 조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리니지2M이 과도한 과금 유도 등으로 유저들에게 엄청난 혹평을 받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 리니지M 출시 당시에도 과금 유도에 대한 불만은 있었지만, 원작 리니지를 제대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호평도 많았다”며 “그러나 이번 리니지2M의 경우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다. 리니지M의 과금 요소들을 그대로 리니지2M에 적용하다 보니 유저들의 반발이 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택진 엔씨 대표는 지난 9월 열린 리니지2M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리니지2M을 직접 소개하며 “단언컨대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술적으로 리니지2M을 따라올 게임은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리니지2M에는 모바일 최고 수준의 4K UHD급 그래픽, 모바일게임 최초로 게임 캐릭터들이 실제 부딪치는 것 같은 ‘물리적 충돌 시스템’, 로딩없는 오픈월드 등 다양한 신기술들이 적용됐다. 모바일과 PC의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한 차세대 플랫폼 ‘퍼플(PURPLE)’ 역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기술력과 별개로, 리니지2M 자체만의 게임성을 봤을 때 원작인 리니지2를 제대로 계승했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풀3D 캐릭터와 종족, 배경 등은 리니지2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시스템은 리니지M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금 요소의 경우 대부분 리니지M에서 가져온 것이 많다. 우선 리니지2M에는 다른 게임에서 흔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조차 없다. 클래스(직업)를 돈주고 사야하는 리니지2M 특성상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리니지2M의 이른바 ‘클래스 뽑기’는 국내 모바일게임 가운데 사실상 처음 시도된 시스템이다. 대다수 모바일게임들은 클래스 자체에는 과금 요소가 없다. 대신 좋은 장비를 얻기 위해 과금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리니지2M은 클래스조차 과금 요소로 삼았다. 레벨업을 통해서 클래스를 얻을 수도 있지만, 빠른 성장을 위해선 과금을 하고 클래스 뽑기에 도전하는 편이 낫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많은 과금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사실 리니지2M의 클래스 뽑기는 전작 리니지M의 ‘변신’ 시스템을 변형시킨 것에 가깝다. 리니지M의 경우 변신 시스템을 통해 캐릭터의 능력치를 비약적으로 올릴 수 있다. 사냥을 할 때 더 많은 경험치와 아데나(게임 내 재화)를 획득하게 하는 리니지2M의 ‘아인하사드 은총’ 역시 리니지M의 ‘아인하사드 축복’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리니지2M의 ‘아가시온’ 역시 리니지M의 ‘마법인형’과 큰 차이가 없다. 사실상 리니지M의 대표적인 과금 요소를 그대로 ‘복붙(복사해서 붙이기)’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유저들은 리니지2M을 ‘리니지M2’라고 부르고 있다. 리니지M에서 그래픽만 발전시켰다는 조롱의 의미다. 게임전문 스트리머들 역시 리니지2M의 과도한 과금 요소에 대해 혹평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게임개발자 출신인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요소 중 하나로 제기되는 부분이 클래스 뽑기인데, 이 부분 때문에 상당수 유저가 혹평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RPG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직업에 과금 요소를 도입한 건 매우 도전적이고 다소 위험한 시도라고 생각되며 시스템 특성상 초기 유저들은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클래스 뽑기는 과금 경쟁을 촉발시켜 수익성 재고에 기인할 수 있지만,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 있던 유저들의 초기 이탈을 유도할 수 있어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