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대어급 기업의 IPO 메가딜 예상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미국 허가에 관계 기업 주식 요동치기도
현대카드, 내년 상장 윤곽 보일 듯

SK바이오팜, CJ헬스케어 등 조(兆) 단위의 대어급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 IPO 시장은 올해의 부진을 털어내고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대어들의 상장 입성에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은 업계에서 IPO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CJ헬스케어 내년 중 상장 예정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 등 공모가격만 1조원이 넘을 예정인 기업들의 상장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최근 독자 개발한 엑스코프리(뇌전증 신약)가  미국 식약처(FDA)의 신약판매허가를 받으면서 일찌감치 IPO 기대감을 높여놓은 상태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허가신청(NDA)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SK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까지 들썩였다. 지난달 22일 SK바이오랜드 주가가 관계 기업이라는 이유로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은 이 외에도 집중력 장애, 파킨슨, 조울증 등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와 관련된 다수의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SK의 100% 자회사다. 지난달 25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IPO 절차에 돌입했다. 업계에선 SK바이오팜이 최소 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공모규모도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1조원에 달하는 IPO 빅딜이 없었던 만큼 내년 초부터 SK바이오팜의 상장은 업계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최대 공모가를 기록한 IPO는 롯데리츠(약 4300억원)였다. SK바이오팜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이 나올 경우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연초부터 IPO 선두 주관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에 이은 바이오 대기업인 CJ헬스케어도 상장 돌입에 시동을 걸었다. CJ헬스케어는 지난 3일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간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말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지 2달 만에 주관사단 구성을 마무리 지었다. 

업계는 CJ헬스케어가 연말에 상장 파트너를 선정한 만큼 내년 중으로 IPO를 완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을 늦출수록 교보생명과 같이 상장 지연에 따른 재무적 투자자(FI)와의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내년 상장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콜마그룹는 자회사인 씨케이엠을 통해 CJ헬스케어의 전체 지분을 1조31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FI 투자도 유치하며 씨케이엠의 상환전환우선주에 3500억원을 투자받았다. 한국콜마는 FI를 상대로 2022년까지 IPO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CJ헬스케어는 전문의약품, 음료, 백신,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을 영위한다. 기업가치는 2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상장 공모가는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 가격을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카드·교보생명 상장도 업계 관심

상장 공모가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으로 현대카드와 교보생명이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상장을 위한 상장 주관사단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대표로 실무를 맡고 한국투자증권은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다.

현대카드의 예상 기업가치는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의 상장 시점은 내년에야 윤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7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9.99%), 싱가포르투자청(9%),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5%)가 현대카드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현대카드의 IPO 이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이나 FI 모두 기업가치 상승 등의 문제로 상장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는 중이다.

상장을 두고 FI와의 분쟁을 겪은 교보생명도 내년 상장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2007년 상장을 조건으로 FI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당시 FI는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의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풋옵션(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교보생명의 상장이 계속 지연되자 올해 FI와 신창재 회장 간에 풋옵션 갈등이 일어났다. 

이에 교보생명도 상장을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나 저금리 기조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영업환경 변화로 보험업계 불황이 커지면서 당장 상장은 어렵다는 게 교보생명 측 입장이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소유권 다툼 등의 분쟁이 있는 기업 상장은 허용하지 않고 있어 교보생명의 상장 예비심사 청구 승인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 등 바이오섹터에서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고 대어들의 IPO 상장에 따라 시장은 올해보다 더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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