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사 지위 놓고 소송전
조합 내 ‘反현산파 vs 親현산파’ 갈등도 여전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등 대형건설사 7개사가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조합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간의 소송전이 진행 중인데다 조합 내부 갈등이 아직 존재하는 만큼 본입찰 참여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단지인 반포주공1단지 3주구(반포 3주구)가 현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 대신 새로운 시공사를 찾기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등 국내 내로라 하는 대형 건설사 7개사가 조합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인 현산 간의 소송전이 진행 중인 데다 조합 내부 갈등이 아직 존재하는 만큼 건설사들의 본입찰 참여 여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반포 3주구 조합에 시공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건설사는 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7개사다. 앞서 조합은 지난달 18일 8개 건설사에 시공사 재선정 입찰의향서 관련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입찰에 관심을 나타낸 건설사 모두 2019년 시공능력 평가 상위 10위권 내 업체들인 만큼 반포 3주구의 시공사 선정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공사 선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조합과 현산 간에 소송전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포 3주구는 앞서 진행된 시공사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면서 지난해 4월 현산과 시공사 우선협상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조합원이 현산의 입찰제안서에 독소 조항이 있다며 시공사 선정 무효를 주장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현산이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고 해명하면서 일단락됐지만, 그 뒤로 재건축의 설계와 각종 시설의 공사 범위가 입찰 제안 때와 달라졌다는 등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조합은 올 1월 총회에서 현산의 시공사 선정 취소 안건을 가결했고, 현산도 총회 무효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으로 맞대응했다. 지난 6월 법원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총회였다고 판단하면서 현산은 시공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합이 다시 현산에 시공사 지위 유지 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양측 간에 지루한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합은 지난 10월 27일 열린 3기 집행부 선출 총회에서 노사신 후보(반(反)현산파)를 조합장으로 선출했다. 조합은 내년 4월 시공사 재입찰을 목표로 이달 23일 현산의 시공권을 박탈하기 위한 총회를 열 계획이다. 다만 조합이 현재 ‘친(親)현산파’와 ‘반현산파’로 나뉘어 있는 만큼 총회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총회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조합은 올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현산의 시공권을 박탈하기 위한 총회를 열었지만 조합원 1622명 중 과반인 812명을 모으지 못헤 무산됐다.

현산 측은 3주구 시공사 지위를 내려놓을 의향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현산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시공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과 사업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며 “아직 확정된 게 없기 때문에 23일 총회 이후에나 사업 방향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각종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에 입찰 참여 의사를 나타낸 건설사들은 신중하게 움직일 전망이다. 이번에 반포 3주구 조합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려면 시공 입찰의향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때문에 입찰의향서를 냈다고 해서 실제 입찰로 연결될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현산과의 소송전과 조합 내 갈등 요소 등 리스크들이 얼마나 해소되느냐가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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