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한 핵보유국 지위·자력갱생의 '새로운 길' 갈 가능성 높아져” 분석
“장기전 대비하고 경협 등 남북관계 진전해야”···“정부, 트럼프에 설득 필요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을 나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을 나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2020년 초 기존의 북미 비핵화 협상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핵화 논의에서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의 위기를 관리하고 특히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필요가 커졌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지난 10월 초 스웨덴에서 실무협상이 끝난 후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협상의 연말 시한을 거듭 강조하며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3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필요하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보다 북한에 강경하게 대응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비핵화 방식의 단계적, 동시적 접근과 적대정책 철회,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일괄타결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북한이 정한 연내 미국이 새 계산법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더 어렵다.

이에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 기조대로라면 북한이 연초 ‘새로운 길’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기까지 가지 않게 한·미의 노력이 필요하고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한반도 위기 관리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4일 김광수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은 “북한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밝힌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을 뒤집을 수가 없다. 북한은 미국이 연말 안에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며 “최근 김 위원장의 군부 인사를 동원하고 백두산을 재방문했다. 또 보통 12월에 열지 않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이달 하순에 연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러한 최근 김 위원장과 북한의 행보는 미국이 새 계산법을 연말까지 제시하지 않을 경우 강경하게 나설 것이라는 신호다. 핵 무장을 강화하고 미국이 허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일 군부 핵심 인사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 군종사령관들, 군단장들 및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을 등정했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군 총참모장, 군종사령관들, 군단장들을 대동하고 백두산에 등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김 위원장이 향후 군부를 더욱 챙기고 군사력 강화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또 북한은 지난 3일 12월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이 일방적으로 ‘연말 시한’을 강조해온 점에 비춰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개최되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 협상 태도와 남한 정부의 대북 태도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비핵화 협상 중단과 핵보유국 지위 강화 입장을 천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의 ‘새로운 길’은 이미 2017년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토대에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양적 확대를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완성을 통해 추가적인 핵 억제력을 확보하며,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및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을 통해 ‘사회주의부강조국’을 건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장렬 국방대 전 교수도 “북한이 최종적으로 미국에 연말까지 새 계산법을 요구하고 이것이 안되면 새로운 길을 갈 것으로 본다. 미국 조야에서 대북 제재 해제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이 새로운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그만둘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중단하고 책임있는 핵보유국 선언, 우주 발사체 명목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다만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도 반대하는 핵 실험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북미 간, 남북 간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적극성도 주문했다.

김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탄핵 위기 국면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 방식의 단계적, 동시적 접근과 적대정책 철회, 제재 해제를 하기 어렵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비공식적으로 내년 초 탄핵 국면을 벗어난 후 북한의 요구 상황을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2017년의 군사적 위기로 가는 상황을 막고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결단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정부는 남북 협상 국면을 확장하는 부분도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한미훈련 중단 등에 대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반도가 군사적 위기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도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 어렵다. 비핵화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다”며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별개로 남북의 군사적 충돌은 없어야 한다. 북한이 핵을 가진 이유인 ‘체제안전’을 위해 한국 정부는 적극적 남북경협 추진 등으로 체제 안전 상황을 만들어가야 한다.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두려워 말고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손에 잡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