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부터 제재 이어져···최종 보고서에 대해선 여전히 ‘묵묵부답’
진에어, 최종 보고서에 조현민 이슈 겨냥한 '계열사 임원의 기업 지배 불가' 조치 적시
총선 출마 예고한 김현미 장관, 표심 얻기 위한 정책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 지배적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왼쪽)과 진에어 항공기. / 사진=연합뉴스, 진에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진에어 항공기. / 사진=연합뉴스, 진에어

2020년의 끝자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제재는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김현미 국토부 장관 입장에선 급증한 서울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9월 진에어가 제출한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 이행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엔 지난해 8월 국토부가 제재를 결정하면서 문제를 삼았던 내용에 대한 개선 사항이 포함됐다. 

일각에선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한진그룹 경영 일선 복귀가 제재 해제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만 진에어 측은 최종 보고서를 통해 계열사 임원의 기업 지배 또는 경영 참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국토부에 추가로 소명했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조 전 부사장의 복귀는 단순한 명분일 뿐이고, 실은 국토부가 진에어 제재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설명한다. 당장 국토부 수장이 총선 출마를 예고했으니 집값 문제, 철도공사 노사 갈등 문제 등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 장관은 지난 10월2일 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총선 불출마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이냐”는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현재까진 총선에 출마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총선 출마 의사도 밝혔고, 일각에선 총리설도 나오는데 항공사 특히 LCC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있겠느냐. 집값을 잡기 위한 제스처를 계속해서 취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서울의 집값은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규제를 통한 해결책을 제시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여기에 입시제도 변화 등으로 전셋값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그간 김 장관은 “정부 규제의 효과가 연말께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연내 서울 집값 오름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여론 악화는 불가피하다.

제재가 계속되면서 진에어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2755억원에서 2238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익도 256억원에서 130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업계 불황까지 겹치면서 실적 감소폭도 커졌다. 

김영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국토부의 규제가 지속되고 있어 운신의 폭이 제한적인데, 기단 확대 및 신규 취항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다른 LCC)와의 차별화 포인트인 대형기(B777) 운용에도 제약이 따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제재로 인해 신규 노선 확보 등 사업 확장이 어려운 탓에 신입사원 채용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500여명을 채용한 진에어는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육아 휴직 등의 공석을 채우기 위한 경력 채용을 제외하곤 공개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 제재가 계속될 경우 내년 상반기에도 채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확장이 불가능한데 채용이 이뤄지겠느냐”면서 “안 하는게 아니라 못 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에어는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사측이 직원들에게 보상 차원으로 기본급 100%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지급 시기는 국토부의 제재가 해제된 이후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