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협상 내년 이어가도록 정부 한미훈련 잠정 중단”···제재해제 등 관리 방안 필요 제안도
“트럼프가 김정은에 친서 보내 협상 이어갈 가능성 있어” 분석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노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노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가더라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 남북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미국과 협의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잠정 중단하고 대북 제재해제, 남북경협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지난 10월 초 스웨덴에서 실무협상이 끝난 후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협상의 연말 시한을 거듭 강조하고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연말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내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한국 정부가 미국과 협의해 한미연합훈련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3일 세종연구소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주최로 열린 '2019년 한반도 정세 평가와 2020년 한국의 전략'포럼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전략적’ 잠정 중단을 통해 북미 및 남북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상당한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신형 잠수함에서의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및 비타협적인 ‘새로운 길’ 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내년 상반기 또는 하반기까지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가 다시 연합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북한도 더 이상 미국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중국도 환영하지 않을 고립주의적인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및 SLBM을 시험 발사하지 않고 북미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나오는 것을 조건으로 미 행정부와 한미연합훈련의 내년 상반기 또는 하반기까지 잠정 중단하는 방안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본부장은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내년 1년간 북미 관계가 다시 심각하게 악화되지 않고 미국 대선 당선자가 2021년에 북한과의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기까지 향후 1년간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도 “한국 정부는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규모 한미군사연습을 자제하면서도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충족을 위해 첨단무기도입 및 전작권 전환에 한정된 한미군사연습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한국 정부는 한반도평화체제-한미동맹-지역안보협력의 상황 속에서 새로운 중장기적 전략 구도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및 남북경협 노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장렬 국방대학교 전 교수는 “대북제재 해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하지 않으면 한 발도 나갈 수 없다”며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미국과 협의하고 불협화음도 감수하면서 가야 한다. 그래야 북한에 중요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또 한미 관계 불협화음에 따른 손해보다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한국은 중간에서 북미 모두에게 할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대북제재 해제에 관해 할 말을 안 하니 북한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북한이 한국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북한에게는 비핵화 정의, 로드맵 등을 명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미국에게는 비핵화 과정에서 단계별로 제재를 해제함으로써 협상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북 간에는 군사적 긴장완화를 유지해야 한다. 비핵화 협상이 지속되는 한 한미 연합훈련은 중단한다고 선언해야한다”며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훈련을 재개 한다는 것,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없는 한 한미 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한다는 선언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략무기의 해외구매는 이전 정부에서 해 놓은 것 말고 그 이상의 추가 도입이나 구매는 재검토해야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협의에서 중국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본부장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서도 북중 경제협력의 확대와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경제발전을 추구하고 있기에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과 미국은 북한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필수적이다”며 “이에 대북 정책에 대한 한·중 전략적 협력과 남북한·미·중 4자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은 북한의 완전하고도 신속한 비핵화에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제재 완화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북·중, 남·북·중 간에 경제협력 재개 및 확대될 수 있고 동북아는 더욱 안전해진다”며 “한·중 간에 북한 비핵화의 수준, 방법, 일정표와 상응조치에 대해 전략적 대화가 필요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한·중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조기에 성사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미 양자 회담을 남·북·미·중의 4자회담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 외교로 비핵화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문 교수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는 아직 양호하다. 지금 실무자들이 만나서 무언가를 하자는 것은 시간상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서 협상을 이어가자는 의지를 보이면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종연구소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주최로 '2019년 한반도 정세 평가와 2020년 한국의 전략'포럼이 열렸다. / 사진=이준영 기자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종연구소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주최로 '2019년 한반도 정세 평가와 2020년 한국의 전략' 포럼이 열렸다. / 사진=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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