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KB생명·농협손보·농협생명 사장 이번달 임기 잇달아 만료
내년초 오렌지라이프·한화손보·현대해상 임기 만료 앞둬

(왼쪽부터)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허정수 KB생명보험 사장,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사장, 홍재은 NH농협생명보험 사장/사진=각사
(왼쪽부터)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사장, 홍재은 NH농협생명 사장/사진=각사

상당수 보험사 대표들이 이번달과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저금리와 경기 불황 등으로 업계 전반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보험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3일 한화생명은 전날 대표이사 변경공시를 통해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과 여승주 사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여 사장 단독체제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차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에 만료되지만 3개월가량 일찍 용퇴를 결정했다.

차 부회장은 용퇴 이유에 대해 “최근 보험 환경이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고,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등 신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경영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외에도 보험사 대표들의 임기 만료 시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다. 이번달에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사장, 홍재은 NH농협생명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양종희 KB손보 대표는 지난 2016년 대표직에 오른 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해 4년째 KB손보를 이끌고 있다. KB금융지주 내에서도 윤종규 회장 다음으로 오랜 기간 CEO직을 수행한 인물이다. 

KB금융은 일반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계열사 CEO들에 대해 2년의 임기와 1년의 연임을 보장한다. 최근 연임을 확정지은 허인 국민은행장도 이 같은 사례다. 그러나 KB손보의 지난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3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했다. 3분기 순이익 역시 67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 줄었다. KB금융 내 인사를 앞둔 계열사 중 유일하게 3분기에 마이너스 누적 순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다만 업황 악화 속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나은 성적을 거둔 점이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내외부 평가다. 

허정수 KB생보 대표 역시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올려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KB생명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18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35.8%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누적 순이익이 각각 15%, 20.2%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또한 허 대표는 2년 임기가 이번에 처음 만료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으면 무난하게 1년 연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금융지주의 보험계열사인 NH농협손보와 NH농협생명 역시 각사 대표의 연임 가능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농협금융 계열사의 CEO는 통상 1년 임기에 1년 연임 후 퇴진해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관례다. 이에 따라 오병관 농협손보 사장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농협손보는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2% 증가했지만, 이는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농협손보 순익이 전년 대비 92.4% 감소한 20억원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때문에 실적 선방에 대한 연임 메리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반면 홍재은 농협생명 사장은 무리 없이 연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사장은 올해 1월 취임해 농협금융 임기 관례에 따르면 아직 1년의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임기 중 실적 역시 양호하다. 농협생명의 3분기 누적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247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11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농협생명을 흑자로 돌려놓은 공이 높게 평가된다.

내년 초에는 2월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고, 3월에는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과 업계 최장수 CEO로 현대해상을 10년째 이끌고 있는 이철영 부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특히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은 앞서 용퇴를 결정한 차남규 전 한화생명 대표이사와 상황이 비슷해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모두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CEO로 꼽힌다.

현대해상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362억원으로 지난해 누적 3분기(3574억원) 대비 33.9% 감소했다. 이 부회장은 내년이면 만 70세로 고령에 접어든다는 점 역시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 불황으로 보험사 전반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디지털 혁신 및 수익원 다각화 등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CEO들의 거취를 예단할 수는 없으나 실적이 부진한 보험사들 중심으로 CEO 세대교체를 통해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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