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액 지난해比 35% 급감···현대ENG·현대건설·GS건설 2배 가량 껑충
수주잔고 점차 감소세···올해 처음으로 10조원대 하회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지난해 해외건설 시장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삼성물산이 올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요 경쟁사들은 해외건설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삼성물산만 홀로 뒷걸음질 치고 있어서다. 그동안 국내 주택시장 대신 해외시장에 집중했던 삼성물산으로선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향후 해외시장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삼성물산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3일 해외건설협회 해외수주액 통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해외수주액 1위 건설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이어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두산중공업 순으로 포진했다. 눈에 띄는 점은 삼성물산을 제외한 상위 4개 회사가 지난해보다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1위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지금까지 36억7597만 달러를 수주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2018년 1월 1일~12월 3일) 기록했던 19억5551만 달러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현대건설 역시 작년보다 1.5배 늘어난 32억3514만 달러로 2위를 차지하는 등 현대家 형제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 외 GS건설 역시 20억6069만 달러로 작년보다 1.5배 이상 올랐으며, 두산중공업은 19억1370만 달러로 무려 9배 가량 뛰었다.

반면 매년 해외건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삼성물산의 성적은 저조하다. 삼성물산은 지금까지 22억5016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35% 가량 급감한 수준이다. 지난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해외수주액(34억6000만 달러)을 달성한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삼성물산의 부진한 수주실적은 해외수주 잔고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의 해외수주 잔고는 2015년 말 19조6000억원에 달했지만 2016년 14조8000억원, 2017년 11조6000억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해는 11조2000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 3분기 해외 수주 잔고는 9조95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원대를 하회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은 해외발주처들이 본격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하반기가 되면 플랜트 등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라크 소요 사태와 미중 무역 마찰 등으로 예상보다 발주 물량이 줄며 수주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물산 역시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피하지 못했다. 해외수주 부진으로 올해 삼성물산의 총 수주목표인 11조7000억원 달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수주는 글로벌 경기에 크게 의존한다”며 “중동은 이라크 사태로 정세가 좋지 않고 아시아도 교역량이 줄어들면서 인프라 투자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해외수주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지역의 정치 불안과 미·중 무역 분쟁, 낮은 국제유가 등은 단시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수주목표로 잡고 있는 300억 달러는 커녕 200억 달러도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은 179억9708만 달러(한화 약 21조25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했다.

당분간 해외수주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삼성물산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역은 정확하게 말씀할 없지만 동남아에서 연말까지 발표될 1~2건의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다만 현재 발주시장이 활발하지 않고 변수가 많은 만큼 수주에 성공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