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벗고 차기총수 거듭”···부사장 승진, ‘연매출 9조’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 내정
승계자금 확보 입사동기와 결혼···미래먹거리서 주력계열사도 품고 그룹 내 영향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부사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부사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이하·한화큐셀) 신임 부사장의 그룹 내 위상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비단 승진 때문만은 아니다. 그간 그룹의 미래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에 매진해온 그가 그룹의 ‘캐시카우’로 평가되는 주력사업까지 도맡는다는 이유에서다.

3일 한화그룹 등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내달 1일 출범하는 한화큐셀·한화케미칼의 합병·신설법인 한화솔루션(가칭)의 전략부문장을 맡게 된다.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등을 거치며 태양광 관련 사업만을 다뤄오던 김 부사장은 이로써 그룹의 ‘캐시카우’까지 챙기며 관련사업 전반을 관장하게 됐다. 

합병으로 탄생될 한화솔루션은 연매출 9조원이 기대된다. 기존 그룹 주력계열사 한화케미칼의 연 매출액이 4조원대였음을 감안하면, 두 배가량 커지는 셈인데 그만큼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록 다운사이클에 진입했으나 수요가 꾸준한 석유화학 사업과 태양광 사업이 주력으로 자리매김 할 전망이다.

합병발표 당시 한화케미칼 측은 “석유화학, 소재 및 태양광 사업을 단일 조직으로 통합해 각 부문의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룹의 현재와 미래가 될 주력사업들을 한 틀안에 묶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심산인데, 그 중심에 전략부문장을 맡은 김 부사장이 앉게 되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 슬하 3형제들 중 가장 유력한 후계자 후보로 점쳐져 왔으나, 이번 승진과 합병 등으로 인해 명실상부 ‘후보’를 벗어던지고 차기 총수 감으로 거듭났다”면서 “특히 두 동생들이 잇따라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며 본인들뿐 아니라 김 회장까지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게 했는데, 유독 김 부사장만은 올곧은 자세를 유지했다”고 귀띔했다.

학업성적 또한 우수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구정중학교(현·압구정중학교) 재학 당시 전교 1등을 도맡았을 정도였다. 이후 유학길에 올라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특히 대학 재학시절엔 한인학생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학부졸업 후 곧바로 공군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해 3년여 간 통역장교로 복무하고 중위로 전역했다.

전역직후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이때 만난 동기와 장기간 교제하다 지난 가을 유럽 모처에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통상 재벌가들의 결혼은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성실했던 군복무부터 결혼까지 일반적인 총수 자제들은 물론 형제들과도 확연히 차별화되는 행보를 보여 온 셈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차기 총수로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김 부사장이 승계의 밑거름이 될 ‘3박자’를 두루 갖췄다고 입을 모은다. 한화시스템 상장으로 계열사 지배력을 끌어 올리고, 승계를 위한 실탄을 충분히 마련하게 됐다. 또 가정을 일구고 승진과 합병 등을 통해 주력계열사의 핵심요직에도 올라서게 됐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은 이미 시작된 것과 다름없다”면서 “승진과 동시에 그룹 핵심사업 요직에 배치될 것을 공개함으로서, 향후 한화솔루션의 성과의 공 상당부분을 김 부사장 몫으로 돌아가게 했다”고 지목했다. 이어 그는 “동생들과의 대비뿐 아니라 김 부사장 스스로도 상당한 호평을 얻는 행보를 보여 왔는데, 사업적 성과를 바탕으로 본인이 차기 회장감임을 입증할 차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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