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카드 또 꺼내든 국세청···앞뒤 안맞는 정책에 실효성 논란
중소기업 10곳 중 7곳 일손 부족 호소···국세청은 일자리 창출하면 세무조사 면제
보여주기식 행정 아니냐 지적에 일각에선 "탈세행위 묵인 아냐" 옹호론도

/그래픽=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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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국면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또 다시 세무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뿌리산업 등에 속한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를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국세청은 일자리 창출계획서를 제출한 매출 15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도 면제하고 있다. 개세주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가 국세청의 고유권한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세수 유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김현준 국세청장은 지난주 광주 하남산업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조·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 뿌리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무조사를 제외하는 세정지원 방안은 이번 정부 들어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한승희 전 국세청장 시절인 지난해 8월 국세청은 569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해 올해까지 세무조사를 포함한 모든 세무검증를 제외하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당시 국세청은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들이 세금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경제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 등 세무검증 배제 ▲일자리창출‧혁신성장 지원 ▲사업재기 지원 ▲자금융통 지원 등 이례적인 세정지원 종합대책을 내놨다. 연매출 10억~120억원 이하 소기업과 고용인원이 5~10명 미만인 소상공인에 대해선 올해까지 법인세 등에 대한 신고내용 확인까지 전면 면제했다.

이번에 국세청이 뿌리산업에 대한 세정지원을 확정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세무조사 제외 혜택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 경기가 쉽게 되살아나지 않고 기업의 경영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세무조사 면제를 대체로 환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책에 대한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세수 유실만 있는 것 아니냐는 실효성 논란도 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기업에 대한 세정지원은 일각에서 보여주기식 세무행정이라는 비판도 내놓는다. 실제 최근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직원 300명 미만 국내 중소기업 52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의 10곳 중 약 7곳이 ‘구인난’을 호소했다. 최근 1년 내 입사한 신입사원 가운데 퇴사한 직원은 10명 중 3명꼴이었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방안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이 신입직원에 대한 연봉과 복지를 늘릴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여서 세수 유실에 염려도 기우만은 아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약 5만개의 중소기업이 세무조사 제외 혜택을 받았는데, 2013년 6154개에 불과했던 세무조사 면제 기업은 2017년 1만1312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세무조사 면제가 해당 사업연도에 대한 세무조사 부담을 줄여주는 것일 뿐 불법행위에 대한 묵인은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지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세청 출신의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탈세행위가 보이면 즉시 과세권을 발동할 것”이라며 “국세청은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세수확보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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