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사건·사고 잦아지며 회장 자리 ‘존재감 없다’ 인식 팽배
반복되는 사고에 후보들 고심 보이지 않아
회장 자리 채우기 보다 제대로 된 후보 찾아야

한국 자본시장의 얼굴로 여겨지는 금융투자협회장을 선출하기 절차가 진행 중이다. 후보 공모 기간도 이틀 뒤면 끝난다. 현재 3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2일 출사표를 던진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를 포함해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공모 절차가 끝나면 후보추천위원회의 서류와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가 결정된다. 이후 296개 정회원사가 참여하는 회원 총회에서 과반수 찬성이 나오면 회장이 선출된다. 

업계에선 후보들 대해 이렇다 할 호평도 악평도 많지 않다. ‘이 사람이다 싶은 후보가 없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고(故) 권용원 전 금투협회장의 갑작스런 비보에 협회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차기 회장 인선이 다소 주목을 받았을 뿐이다.

이는 증권업계에서 이미 회장 자리에 대해 ‘존재감 없는 자리’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일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만 해도 사회 전반에 굵직한 논란을 불러온 사건 사고들이 있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사태만 아니라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조국 전 법무장관과 관련한 사모펀드 의혹, 대형 증권사들의 검찰 압수수색 등이다. 

현재 금투협회장 후보의 이력을 보면 금융당국 출신이거나 증권가 출신, 협회 출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을 쌓은 인사라는 점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현 사태들에 대한 고심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이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내놓은 말들도 증권사의 반복되는 사고들에 대해 고민이 없어 보인다. 그저 흔히 들었을 법한 말들, ‘투자자의 재산 증식’, ‘국가 경제 활성화 이바지’, ‘규제 완화’ 같은 원론적인 말들 뿐이다. 다시 말해 협회장이 되겠다면서도 업계의 잡음들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 고민 없이 나왔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작년에만 다수 증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와 제재를 받았고 올해도 역시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투자자 손실을 유발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증권업계 전체에 경각심이 미흡하다는 수준을 넘어 경각심 자체가 마비된 느낌이다. 

이번 만큼은 후보들의 면면을 잘 살펴 업계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회장 자리에 올라야 한다. 증권사들의 전반적인 경쟁력 향상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증권업계의 내부 통제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이 회장에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 마땅한 후보가 없다면 그 후보를 찾을 때까지 그 자리가 공석이 되는 것도 필요하다. 급하게 갈 이유가 없다. 제대로 된 인물이 와야 한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기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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