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 상계백병원 교수 “빈혈은 적혈구 부족 상태”···정확한 원인 파악 후 약 복용해야

유영진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 사진=시사저널e
유영진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 사진=시사저널e

“일반인들은 빈혈이 발생할 경우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심각한 질환이 있다는 근거가 빈혈이므로 절대 소홀히 하지 말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유영진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대다수 사람이 간과하기 쉬운 빈혈의 중요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빈혈은 정확히는 질환이 아닙니다. 적혈구가 부족한 병적 상태를 지칭하는 의학 용어입니다. 증상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유 교수는 빈혈과 어지러움을 비교해 설명했다. 역시 일반인이 혼동할 가능성이 큰 용어다. 어지러움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앞이 깜깜해지거나, 주위 사물이 움직이는 느낌을 두고 우리는 모두 어지럽다고 표현한다.

어지러움의 원인으로는 기립성 저혈압이 가장 흔하다. 오랜 시간 앉아 있다가 일어났을 때 아찔하고 어지럽다고 느끼는 증상이다. 다리에 있는 피가 심장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반면 빈혈은 어지러움으로 증상이 나타나거나 또는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빈혈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보면 철의 결핍이 중요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적혈구를 만드는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가 원인이 됩니다. 철분이나 비타민B12 엽산이 부족할 경우 빈혈이 발생합니다. 또 골수에 문제가 발생했거나 다른 질환으로 인해 빈혈이 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밖에 용혈과 출혈도 빈혈의 원인이 된다. 용혈은 피가 깨지는 것이다. 출혈은 피가 나오는 것이다.

“빈혈 증상에는 호흡곤란이 많습니다. 적혈구가 우리 몸에서 산소를 운반해주는 일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혈구가 부족한 빈혈이 생기면 산소 운반이 잘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숨이 차는 등 격렬하고 산소 소모량이 많은 운동을 할 때 호흡이 곤란한 경우를 연상하면 됩니다. 만성이면 머리가 아프게 됩니다.” 

이 같은 증상이 있을 경우 당연히 치료해야 한다고 유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철결핍빈혈일 경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철분 제제를 먹게 되는데, 철분 제제를 단순하게 빈혈약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철분 제제는 당연히 철분이 부족한 빈혈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철분 부족으로 생기는 빈혈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흔히 빈혈약이라고 하면 철분 제제를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원래 빈혈약은 없다고 생각하면 맞습니다”고 말했다.

환자 자신이 철분 부족 상황을 인지한 상태에서 약사에게 철분 제제를 요구해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 유 교수 지적이다. 일부 약사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유 교수는 판단한다. 빈혈을 이야기하는 환자에게 무조건 철분 제제만 주니 전문가인 유 교수가 보기에 너무나 답답한 것이다.

결국 빈혈 원인을 전문의로부터 진단받은 후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철결핍빈혈이 아닌데도 단순하게 철분 제제만 먹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고 오히려 철분이 쌓여 해로울 수도 있다.

“만성빈혈, 특히 철결핍빈혈의 중요 원인 중 하나는 만성출혈입니다. 여성의 경우 월경 등으로 철분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경 과다 등 출혈이 불분명하면 위장 내시경검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암이나 대장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궤양성대장염 등 질환이 만성출혈로 이어지고 철결핍빈혈로 구체화된다는 것이 유 교수의 결론이다. 특히 위암이나 대장암의 경우 위나 장의 증상은 분명하지 않고 빈혈만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빈혈 원인을 밝혀 위험한 질병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성염증도 빈혈로 이어지게 된다. 철결핍빈혈은 우리나라 13세에서 18세 사이 여성의 20%에서 발생할 정도로 일반인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빈혈은 원인도 중요하지만 치료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어 치료를 안 받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유 교수가 이처럼 빈혈을 강조하는 것은 심장과의 연관성 때문이기도 하다. 빈혈은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꾼이 줄어드는 것이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를 움직이는 기관은 심장이다. 빈혈이 생기면 우리 몸에서는 심장에서 피를 더 많이 더 자주 돌려 산소 보내는 양을 유지하려고 한다.

즉 심장이 더 일을 하게 되므로 심한 빈혈이 오래 지속될 경우 심장에 손상이 가게 된다. 이 심장 손실은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심장 기능이 더 손상되게 된다. 심부전증과 연결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빈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몸 상태를 자주 체크해야 합니다. 빈혈이 심해지면 이미 늦을 수도 있습니다.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기 전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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