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현금성 복지’ 논란 속 정부는 바닥난 일자리자금에 재정 투입
  • 한다원 기자(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9.11.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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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 호소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위해 마련한 예산 91% 소진
지난해 과오지급된 인원 17만명에 달해···고용부 “행정 착오 발생”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미집행 금액만 4600억원에 달했지만, 올해는 자금이 고갈돼 정부의 예비비도 충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일자리 사업 홍보 효과로 자화자찬하고 있다. 다만 일자리 안정자금이 이른바 ‘현금성 복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입게 된 영세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했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일부 비용을 보전하고 있다. 특히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의 120% 이하의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에게 인건비 명목으로 월 13만~15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 첫해인 지난 2018년 2조97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2조5136억원을 집행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결과 총 65만여개 사업장 264만여명 노동자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았으나 미집행률은 15.5%나 됐다.

이에 정부는 올해 예산을 2조8188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하지만 신청자가 몰리면서 결국 예산을 바닥을 보이게 됐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을 받은 인원은 지난해 264만명에서 올해 1월15일 집계 기준 329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정부가 예상한 올해 지원자 238만명 보다 91만명 초과한 규모다.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낮아지면서 정부는 결국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2019년 일반회계 일반예비비 지출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가 계획 중인 일자리 안정자금을 위한 예비비 규모는 985억원이다.

/ 자료=고용노동부, 표=조현경 디자이너
일자리안정자금 지급자 수. / 자료=고용노동부, 표=조현경 디자이너

문제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도입된 이후 수백억원이 잘 못 집행됐다는 점이다. 예산 규모가 수조원에 이르다 보니 잘못 지급한 액수도 수백억원에 달한다. 일자리 안정자금이 현금성 복지라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 집행 결과를 점검한 결과,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3분기(9월)까지 과오지급된 금액은 580억원이다. 과오지급액은 지난해 568억원, 올해는 12억원이다. 잘못 지급된 인원수는 지난해 17만명에 달한다.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 단계적 축소 방침에 따라 내년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2조1647억원으로 편성했다. 현재 야당은 2조원이 넘는 현금성 지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소상공인 어려움을 고려해 차질 없이 지원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고용보험 취득자가 올해 1~9월에 전년 동기 대비 10만2000명(3.4%) 증가하는 등 일자리안정자금이 고용 안정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올해 집행관리를 강화해 과오지급금을 줄이고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퇴사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등 행정 착오가 발생해 잘못 지급된 것”이라며 “2018~2019년 국고에 각각 환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는 과오 지급 인원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올해 잘못 지급된 인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올해 전체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의 3.5% 수준으로, 당초 정부 예산을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이 예상을 뛰어넘은 것에 대해선 “올해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2년 차로, 작년부터 계속 지원을 받는 사업장이 58만곳에 달하고 사업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졌다”며 “이달 15일 기준 잔액 2400억원과 예비비 편성을 통해 차질 없이 영세 사업주들에게 일자리 안정자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재정 충당 지원 정책을 ‘재정 중독’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고용참사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재정을 충당해 일자리 사업에 쏟고 있고, 지원자들도 안 받으면 손해라는 인식에 지속해서 지원받게 되는 것”이라며 “한번 지원받으면 중독돼 일자리 재정 중독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지향하는 게 직접일자리사업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고용 상황은 더 악화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직업훈련 등 영세업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닌 직접일자리사업에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정부도 국민도 손해보게 되는 만큼,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주휴수당 문제 등을 개편해 자립성을 키워주는 정책을 새로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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