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완화, 반도체 경기 회복 전망···“지난해 활황 수준에는 못미쳐”
비전통적 정책 수단 활용 가능성 일축···“금리정책 대응 여력 있어”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이기욱 기자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이기욱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도 국내 경제의 회복 정도가 완만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2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조심스럽지만 현재 국내 경기 흐름이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다가 내년 중반부터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경기가) 개선돼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왔다”며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기회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미중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회복 등을 꼽았다. 이 총재에 따르면 한때 크게 확대됐던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최근 1단계 협상 타결의 여지가 생기면서 상당 부분 완화됐다. 예상대로 분쟁이 더욱 완화될 경우 투자가 늘어나고 글로벌 교역이 확대돼 우리나라의 수출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경기의 경우 최근 반도체 단가 하락세가 주춤하고 있고 관련 지표들도 개선되고 있어 내년 중반쯤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지난해 활황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부양을 위한 비전통적 정책수단(국채 매입, 유가증권 매입 등)에 대해서는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반면 추가 금리 인하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총재는 “향후에 금리 정책 여력이 소진된다면 금리 이외의 정책 수단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방안을 연구 중일뿐, 현재는 특정 수단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아직은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 잇는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채매입과 같은) 기타 정책 수단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상승하고 있는 주택가격과 관련해서는 “통화정책은 주택가격 움직임에 직접 대응해서 펼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주택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의지도 확고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가격 변동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택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게 된다면 가계부채를 높일 수있기 때문에 금융안정 차원에서 유의할 필요는 있다”며 “거시경제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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