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시즌 활용해 연금계좌 가입 유도 이벤트 내놔
DB형부터 IRP까지 수수료 인하도 ‘줄줄이’
타사로 계좌 이동 가능해져 각종 혜택, 수수료 싸움 더욱 치열해질 듯

노후 자산관리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 간 고객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각종 이벤트뿐만 아니라 수수료 인하도 내거는 등 적극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내달 말부터는 연금저축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타 금융회사 이동도 수월해지면서 증권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말정산 시즌을 활용해 퇴직연금 가입 및 연금 상품 매수 이벤트를 벌이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금저축이나 IRP에 가입해 일정 금액을 불입하면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유인책으로 퇴직연금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키움증권은 최근 연금펀드와 특정 상장지수펀드(ETF)를 처음 거래하는 고객, 연금계좌 잔고 순증 고객에 상품권 지급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연금저축 계좌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을 노린 이벤트다. 연금저축 계좌가 없는 고객들의 경우 기존 키움증권 계좌를 활용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해 신규 투자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온라인 증권회사인 한국포스증권도 지난 11월 초부터 ▲연금저축 계좌에 투자자금 입금 고객 ▲타자 이전고객 ▲12월 오픈 예정인 IRP 서비스 사전 등록 고객 등을 대상으로 이벤트에 나서고 있다. 이 역시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앞세우면서 고객 유치에 나선 것이다. 이밖에 삼성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도 퇴직연금 계좌와 상품 가입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증권사들은 이벤트뿐만 아니라 수수료 인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수익성이 낮아지더라도 고객을 확보해 노후 자산관리 시장 파이를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6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기본수수료율을 최대 30% 내리면서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지난달 말에는 삼성증권이 모든 적립금 평가액별 구간 수수료율을 평균 0.04%포인트(0.01~0.09%)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증권은 이달에 퇴직연금 수수료를 0.1%포인트 떨어뜨렸고 한화투자증권은 0.2~0.4%의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다.

증권업계 최초로 운용관리 수수료를 면제하는 증권사도 나왔다. 지난 18일 KB증권은 IRP 가입자 중 연금을 수령하는 고객에게 운용관리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업계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것이다. KB증권은 DB형과 관련해서도 적립금 50억원 이하 중소규모 기업체의 수수료율을 연 0.42%로 기존 대비 0.08%포인트 인하했다. 

이같은 증권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후 자산관리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까닭이다. 실제 지난해 말 190조원 수준이던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 200조원을 넘어섰다. 향후 성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일각에선 2023년에는 300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게다가 금융사 간 계좌 이동이 기존보다 수월해진다는 점도 경쟁 수위를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 25일부터 방문을 통해 다른 금융사로 계좌 이동이 가능해졌고, 내달 말에는 금융사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계좌 이전을 신청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예정이다. 수익률과 수수료, 각종 혜택 등에 따라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금 사업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증권사와 은행, 자산운용사가 있을 정도로 퇴직연금이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른 상태”라며 “다양한 혜택도 중요하지만 결국 누가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인지가 시장 판도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노후 자산관리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 간 고객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 사진=셔터스톡.
노후 자산관리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 간 고객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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