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이질감 적고 손기술 좋아 현지 생산기지로 선호
동남아 입장에서도 제조업 유치하고 한국 성장 노하우 배우려 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8일 오전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8일 오전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궁합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을 대체할 새 시장을 찾는 우리 기업들과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동남아 국가 사이에 서로 필요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28일 한국을 방문한 응우옌 쑤언 푹(Nguyen Xuan Phuc) 베트남 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푹 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베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주면 각종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베트남과 궁합을 맞춰가고 있다. 1995년 호치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TV 생산 및 판매를 시작한 이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자 부품 등으로 베트남 사업을 확대해 왔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TV와 네트워크 장비,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9월 중국 광둥성에 있던 마지막 스마트폰 공장을 철수했다. 이후 이를 대체할 생산기지로 떠오르는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 인구는 현재 9600만명인데 출산율이 높아 증가세에 있다. 그에 따라 인력도 풍부하다.

한 IT업계 인사는 “스마트폰 생산은 거의 혼자서 전 과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손기술이 중요한데, 베트남 사람들의 기술이 한국처럼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푹 총리는 27일 청와대 만찬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수출의 58%가 베트남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6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왼쪽 앞)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6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왼쪽 앞)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26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공장 건설과 관련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우리 돈 약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생산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인구 2억6000만명의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시장이다. 벤츠·BMW 등에 비해 라인업도 다양하고 가성비도 좋은 현대차가 현지 시장 공략에 더 유리하다. 아직 자동차 보급률이 높지 않은 만큼 성장 가능성도 크고 한국과 FTA(자유무역협정)도 맺고 있어 사실 더 일찍 진출했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다만 일본차가 석권하고 있는 현지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가 관건이다. 전기차가 열쇠일 것으로 보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세제 혜택이 일본이 석권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와 같은 수준”이라며 “현대차가 전기차에 대한 장점을 살리려면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차를 비룻 재계 전반이 동남아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화권이 크게 다르지 않아 이질감이 적고, 시장이 성장세에 있으며 노동력 확보 등도 유리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들 입장에서도 가까운 한국 기업들을 유치해 성장 노하우 등을 배우고 싶어 하기 때문에 향후 한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봉호 한국경제연구원 지역협력팀장은 “중국에서 인건비 상승, 아세안 국가에서의 일본 영향력 감소, 소비 시장 매력 등의 요인으로 한국 기업들이 아세안 국가들로 옮겨가고 있다”며 “아세안 국가들도 제조업이 없어서 한국 기업들을 유치하려 하는데 한 10~20년 동안은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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