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전용·모욕적 언행·관사 갑질·아내 관용차 사용 등 4개 비위사실로 ‘견책’ 징계
경찰청장 상대 소송했지만, 법원 “모든 징계사실 인정···징계 과도하지 않아”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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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용 승합차를 개인용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부하 직원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징계를 받았던 강인철 전 광주지방경찰청장이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강 전 청장은 2016년 촛불집회 당시 지방청 공식 페이스북에 ‘민주화의 성지’ 문구를 게재하도록 했다가,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과 삭제 지시 공방을 벌였던 인물이다.

그는 이 전 청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뒤 표적감사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징계 사실 전부가 인정되고 견책의 징계 또한 과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함상훈 수석부장판사)는 강 전 청장이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강 전 청장은 공용차량인 과학수사용 승합차량을 불용(不用) 처리한 뒤 차량 내 보조의자를 제거하고, 휴대폰 충전기 등 편의장치를 설치한 뒤 사실상 개인용으로 운행했다는 비위사실(제1징계사유) 등으로 2018년 7월 ‘견책’의 징계를 받았다.

또 ▲중앙경찰학교장 재직 당시인 2017년 4월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사실(제2징계사유) ▲광주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의경에게 관사 청소를 시키고 택배 수발을 시킨 사실(제3징계사유) ▲중앙경찰학교장 재직 당시 아내가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사실(제4징계사유) 등 비위행위도 징계 내용에 포함됐다.

강 전 청장은 지난해 7월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같은 해 10월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과학수사용 승합차량은 사용연한이 지나서 배정받았고 실무자가 경호, 경비, 범죄수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개조하자는 의견을 개진해 이를 검토해보라고 했을 뿐, 개인적으로 사용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정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비위사실에 대해서도 “전직원을 대상으로 병가를 규정에 맞게 사용하라는 언급을 한 것이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공무상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고 주장하며 부인했다.

또 “의경에게 관사 청소 및 택배 심부름을 지시하지도 않았다. 아내가 관용차량에 동승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시간과 목적지가 같았을 때거나, 긴급한 일이 있었을 때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강 전 청장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강 전 청장)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차량을 대차 받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공용차량을 개조해 사실상 독점적으로 사용했다고 봐야한다”면서 “구체적이고 일관된 증인들의 진술에 비춰봤을 때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경에게 일반적인 관사 관리업무뿐만 아니라 관사 내 쓰레기 분리수거, 정리정돈, 택배 수령 등의 업무를 하게 된 사실이 인정되는 등 직원에게 사적 심부름을 하도록 했다고 봐야한다”면서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유 또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강 전 청장 부속실 의경이 하루에 운전한 거리는 300km가 넘는 날도 있었다. 강 전 청장의 아내를 경기 안양시 한 식당에서 서울 용산구 자택까지 데려다 주고 난 뒤, 다시 돌아가 강 전 청장을 관사까지 태워다 줬던 날이다.

강 전 청장의 처가 버스터미널을 이동하거나 택배 심부름을 하는 데 관용차량이 사용됐다는 점에 대해 재판부는 “관용차량이 업무적으로 사용됐다고 볼 수 없고, 당시 원고가 이를 알았거나 적어도 묵인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1995년 경정으로 임용된 강 전 청장은 2016년 12월까지 광주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이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차장, 제40대 중앙경찰학교 교장, 제30대 전북지방경찰청 청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그는 지난 7월 전북지방경찰청장 임기가 끝난 후 공로연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로연수는 정년퇴직이 예정된 공무원에게 교육 등의 방법으로 사회적응 준비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 기간 공무원 신분은 유지되며, 현업에 따른 수당을 제외한 급여도 그대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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