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차등감자 우려로 연내 매각 필수적···반면 HDC는 시간 흐를수록 실익 커져
HDC, 차등감자 시 지분율 희석 가능성 있지만 ‘큰 차이’ 없을 듯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에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둔 양측의 갈등 관계가 표면화됐다. 다만 시장에선 HDC가 칼자루를 쥐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급해지는 쪽은 금호산업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29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HDC는 금호산업 측에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하는 동시에 3000억원대의 구주 가격을 최종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HDC가 칼자루를 쥐었다는 시장의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부터 ‘연내 매각 마무리’를 강조해왔다. 업계선 이에 대해 연내 부분 자본잠식의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내년 대주주 차등감자가 진행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해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아시아나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232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반기 말 1조4554억원에 달했던 자본총계는 1조209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자본금은 올해 반기 말과 동일한 1조1061억원이다.

쉽게 말해 부분 자본잠식까지 남은 여유금이 직전 분기 3493억원에서 1034억원으로 줄었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적자 누적으로 인해 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더욱이 4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탓에 3분기보다 더 큰 적자를 기록할 여지가 있어 자본잠식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일 올해 자본잠식이 시작되면 내년엔 구주에 대한 차등감자 요구가 나올 수 있다. 올 초에도 이러한 우려가 있었다.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자본잠식이 안 돼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달리 바라보면 자본잠식이 진행되면 차등감자의 법적 요건도 충족하는 것이다.

반면 인수대상자인 HDC는 차등감자가 진행돼도 크게 잃을 것이 없다. 오히려 구주 비용을 신주에 투입해 부채비율을 더 낮출 수도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향후 확보하게 될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계산해보면 이 역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HDC가 구주가격 3000억원을 포함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2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전제 하에 단순히 신주 발행가액을 주당 1만원으로 가정하고 3분기 분기보고서 주식 소유현황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구주매입과 신주매입을 동시에 진행할 경우 지분율은 66.3%, 신주매입만 할 경우 지분율은 63%로 3.3%p 차이다. 신주 발행가액이 낮아지면 지분율 차이는 이보다 좁혀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하는 입장에선 구주 가격을 어떻게든 낮추는 게 베스트”라면서 “HDC가 가져가는 것은 확실한데, 인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뉘앙스를 보이기만 해도 금호산업 입장에선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고 무언의 압박을 받게 된다. HDC는 구주에 쓸 비용을 신주에 투입한다거나, 다른 식으로 활용해 재무구조 개선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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