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전자 회장의 두 번째 임원인사 단행
조성진 부회장, 43년만의 은퇴

권봉석 LG전자 새 CEO / 사진 = LG전자
권봉석 LG전자 새 CEO / 사진 = LG전자

LG전자 ‘가전신화’ 조성진 부회장의 시대가 끝났다. 새 새령탑은 권봉석 사장이 맡게 된다. 권 사장은 LG전자에서 MC/HE사업본부장을 중책을 담당해 왔다. ㈜LG에서 시너지팀장을 맡기도 했다.

LG전자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권 사장을 새 CEO에 선임했다. 권 사장은 지난해 LG전자에서도 TV사업 분야 HE사업본부와 스마트폰 분야 MC사업본부장을 겸임했다. LG가 키우는 OLED 사업 확대와 스마트폰 적자 줄이기라는 두가지 과제를 모두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양쪽 모두 무난하게 성공했다는 평가다.

권 사장은 기술과 마케팅을 겸비하고 현장 감각까지 갖춘 전략가로 통한다. LG그룹이 선호한다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기도 했으며 핀란드 알토대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87년 금성사로 입사해 전략, 상품기획, 연구개발, 영업, 생산 등 사업전반을 경험했다.

권 사장은 미국에서 미국 자회사 제니스의 디지털 TV 원천기술을 비롯해 PC와 정보기술(IT) 을 섭렵하며 기술 전문성을 높였다. 지난 2001년 권 사장은 모니터사업부로 옮겨 시장과 제품에 대한 기획역량을 키웠고, 2005년부터 유럽 디스플레이 사업의 전진기지였던 웨일즈생산법인장을 2년간 역임하며 제조 역량을 쌓았다.

그는 지난 2007년 부장 직급으로는 이례적으로 신설 부서인 모니터사업부의 수장을 맡았다. 세계 최소 두께의 LCD 모니터 등 혁신적인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LCD 모니터를 세계 1위에 올려놓았다.

2014년에는 (주)LG 시너지팀장을 맡았다. 시너지팀장은 LG그룹 계열사 간 융복합 시너지를 내는 중요한 자리다. 구광모 회장도 시너지팀을 거친바 있다.

이어 권 사장은 2015년부터 HE사업본부를 맡아 올레드 TV와 슈퍼 울트라H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TV사업의 체질과 수익구조를 한층 강화했다.

그는 디지털전환의 핵심요소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연결, 콘텐츠 등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역량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사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등 결단력도 있다는 평가다. 거실에서 보는 TV의 특성상 여러명이 시청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커버드 TV를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올레드 TV에 집중하면서 좋은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권 사장은 지난해 11월 인사를 통해 MC사업본부장의 역할도 맡게 됐다. 여기서도 그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 냈다. 지난해 권 사장에게 MC사업본부를 맡기면서 LG전자 측은 권 사장이 이뤄낸 올레드 TV 성공 DNA를 MC사업본부에 이식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권 사장이 MC사업본부를 맡고난 뒤 올해 3분기 MC사업본부는 영업손실 1612억원, 매출액 1조52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손실폭은 11.7% 커지고 매출은 24.5% 줄었다. 다만 직전 분기인 올해 2분기 영업손실액이 3130억원에 달했던 것보다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LG전자는 올해 듀얼스크린 출시로 큰 인기를 얻어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전작인 V40씽큐에 비해 2배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로 이전해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 권 사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전임 조성진 부회장이 가전에서 수익을 내며 스마트폰 적자를 메울만큼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던 것에 비교해 권 사장이 조 부회장만큼의 역량을 낼 수 있느냐하는 반응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성진 부회장이 LG전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사하고 나간 것이기 때문에 권봉석 사장이 CEO에 급하게 선임된 측면이 있다”며 “조 부회장의 자리가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커버하기 위해 권 사장이 임명됐지만 역량이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새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 사진=LG전자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새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 사진=LG전자

한편 가전 신화의 주역이며 고졸 신화를 써내려가기도 했던 ‘신화의 사나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이번 인사로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LG전자에 근무한 지 만 43년 2개월 만이다. 지난 9월 LG디스플레이 CEO였던 한상범 부회장에 이어 조 부회장마저 물러나면서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조 부회장은 “우리나라가 기술 속국이 되지 않아야 된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연구개발에 몰두했던 때가 이젠 마음 속 추억으로 아련히 남는다”며 “LG전자가 영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1등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새 CEO인 권봉석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지난 1976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엔지니어로 입사해 지난 2016년 부회장으로 CEO 자리에 올랐다.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세탁기와 냉장고 등 기존 가전뿐만 아니라 의류건조기·스타일러·공기청정기 등을 통해 LG전자 가전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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