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프리미엄’ 합성어로 편리 제일 주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달비도 “택시비라고 생각하면 돼“
CU·GS25 편의점 세탁서비스 이용률도 점차 증가

#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사는 직장인 이태희(31·여)씨는 주말 아침마다 배달앱을 통해 베이글 세트를 주문한다. 최소 주문 금액인 5000원에 맞춰 플레인 베이글(3700원)과 아메리카노(2500원)를 시키고 1만3100원을 결제한다. 음식값인 6200원에 배달료 6900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지만 이태희씨는 괘념치 않는다. 이 씨는 "식당이 있는 공덕은 너무 멀다"면서 "30분만 기다리면 먹고 싶은 걸 편하게 먹을 수 있지 않나. 6900원은 택시비라고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편한 게 프리미엄이라는 뜻의 ‘편리미엄’이 뜨고 있다.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트렌드 리포트 2020’에 언급되며 주목받기 시작한 편리미엄 가치에 유통업계가 응답하고 있다.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 최대한의 편의성을 누리겠다는 편리미엄 트렌드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다.음식값을 웃도는 배달비, 유료 가사 서비스, 편의점에 세탁물 맡기기 등은 모두 '비용만 지불하면 편해지는' 편리미엄 서비스의 일환이다. 

◇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달비, 편하니까 괜찮아 

/사진=배달의민족 앱 화면 갈무리.
/ 사진=배달의민족 앱 화면 갈무리.

요리를 대체하는 HMR(가정간편식)과 장보기를 대체하는 밀키트 시장이 뜨는 이유도 모두 편리미엄에 기반한다. 

배달비는 이동을 대체한다. 교촌치킨이 배달비 2000원을 추가로 받겠다고 공언했던 건 지난해 5월. 치킨값에 배달비까지 더해지면서 치킨값 2만원 시대가 도래했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다만 당시에도 '암암리에' 배달비는 존재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에 입점한 식당들은 교촌이 공식적으로 2000원 배달비를 붙이기 전에 자체적으로 배달비를 붙이고 있었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전문 배달 기사의 1회 배달비는 평균 3500~4000원대다. 식당이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받을 경우 이 배달비는 식당이 기사에 지급해야 한다. 쉽게 말해 서비스료다. 배달 1건당 3000~4000원의 배달비를 감당할 수 없는 업주는 음식값에 추가로 배달비까지 물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배달 거리가 늘어나면 추가비용이 붙는다. 대부분 주문자의 근거리 식당이 추천으로 뜨지만 '원정 맛집'의 경우에는 먼 곳까지 배달되는 경우도 있다.

합정동 이씨가 주문한 베이글집의 배달비 6900원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기본배달비(1.5km 이내) 4300원+추가거리(1.67km) 4000원-이벤트 및 가게 할인 1400원=6900원이다.  

주문 가격에 따라 배달비가 줄고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1만2000원 이상 주문하면 배달비 4000원, 1만7900원 이상 주문하면 배달비가 2000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이 모든 게 편리미엄 가치 하에서는 '괜찮은 것'이 된다. 편하기 때문이다. 3년 전만 해도 3시간씩 줄을 서서 먹어야 했던 쉐이크쉑 버거(쉑쉑버거)가 이달 27일부터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결국 편리미엄 수요층을 잡기 위함이다. 

◇ 세탁소 찾기도 힘들고···24시간 언제든지 편의점으로 간다

편의점 택배는 흔하다. CU와 GS25에 세탁물을 맡기면 배달까지 해준다. 편의점은 24시간 운영이기 때문에, 퇴근 후 부랴부랴 세탁소에 찾아가 옷을 맡길 필요가 없다. 

CU의 경우 세탁 접수를 원하는 고객은 오드리세탁소 모바일 웹페이지(별도 앱 다운 필요 없음)에 수거 예약을 한 후 CU 점포 내 택배 접수 기기인 CU post를 이용해 접수하면 된다. 편의점 택배 서비스를 활용해 접수와 배달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지난 7월부터 해당 서비스를 시작한 CU의 8월 대비 11월 이용건수는 4.5배 늘었다. 

GS25 세탁서비스 이용도 늘어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5대 광역시 총 1216개점포에서 시행 중인 편의점 세탁 서비스의 월 평균 건수 신장률은 178.1%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운영점수가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편의점 세탁 서비스에 대한 고객 인지율이 높아져 매월 큰 폭으로 이용 건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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