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프로팀, 미성년자 선수에 거짓 협박 ‘논란’···내부 고발자 징계로 LCK운영위도 뭇매
LOL팬 “타이틀스폰서 해지해야”···은행 측 “신중히 고려해 결정할 것”

지난 4월에 열린 ‘2019 스무살우리 LCK Spring’ 결승전 현장 사진/사진=우리은행
지난 4월에 열린 ‘2019 스무살우리 LCK Spring’ 결승전 현장 사진/사진=우리은행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LOL)’의 e스포츠 리그를 후원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예상치 못한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프로팀과 소속 선수 간의 불공정 계약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e스포츠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또한 미흡한 사후 대처로 인해 팬들의 비판은 해당 팀뿐만 아니라 대회 운영위원회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우리은행에 대회 타이틀스폰서 해지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유스(Youth) 브랜드 홍보를 위한 사업이 반대로 이미지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에 대한 우리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LOL프로팀 전 감독 불공정계약 ‘폭로’···대회 운영위 보복성 징계로 논란 확대

28일 e스포츠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이어져 온 ‘씨맥 폭로’ 파문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LOL 프로팀 ‘그리핀’의 감독으로 있던 김대호(활동명 씨맥) 전 감독이 그리핀과의 상호해지 후 1인 방송을 통해 팀의 부당행위를 내부 고발한 일이다. 유망주 선수 중 한 명인 서진혁(활동명 카나비)이 그리핀으로부터 협박과 강요를 당해 불리한 조건으로 사실상 노예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폭로의 핵심 내용이다.

김 감독에 따르면 그리핀은 중국 ‘징동게이밍(JDG)’으로 이적을 추진하면서 카나비에게 4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조규남 전 그리핀 대표는 카나비에게 “장기계약을 거부하면 JDG와의 사전접촉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JDG 측에서 카나비에게 한 정상적인 제안을 템퍼링(불법 사전접촉)으로 몰아가 원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이다.

해당 사실이 밝혀지자 LOL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당시 미성년자였던 카나피에게 거짓 협박을 해 사실상 노예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많은 분노를 자아냈다. 이에 LOL리그 LCK(LOL Champions Korea)의 운영위원회는 조 전 대표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고 그리핀에 벌금 1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LCK운영위는 김 전 감독에게도 동일한 처분을 내렸고 ‘보복성 징계’로 논란은 더 커져갔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LOL 운영사)와 조 전 대표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20만명 이상의 청원을 받기도 했으며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내부 고발자에 대한 치졸한 보복”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28일 LCK운영위가 김 전 감독에 대한 징계를 유보하기로 했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일부 LOL팬들이 우리은행에 LCK 타이틀스폰서 해지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의 민원 답변내용/사진=인터넷 커뮤니티 ‘PGR21’ 화면 캡처
최근 일부 LOL팬들이 우리은행에 LCK 타이틀스폰서 해지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의 민원 답변내용/사진=인터넷 커뮤니티 ‘PGR21’ 화면 캡처

◇잇단 타이틀스폰서 해지 요구에 우리은행 “지속 모니터링 후 신중히 결정”

사태의 여파는 LCK 타이틀스폰서인 우리은행에까지 미치고 있다. 최근 LOL팬들의 ‘타이틀스폰서 해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차원의 잘못은 없지만 LCK운영위에 책임을 추궁하는 차원에서 후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우리은행에 민원을 접수하는 방법 등도 공유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부터 유스고객 확보를 위해 LCK타이틀스폰서를 맡고 있다. 현재까지 ‘2019 스무살우리 LCK Spring’과 ‘2019 우리은행 LCK Summer’ 두 대회가 진행됐으며 내년까지 두 개 대회를 더 후원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유지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될 우려도 있다. 일련의 사태로 LCK 자체의 이미지가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팬들은 대회 타이틀이었던 ‘스무살 우리’에 빗대어 LCK대회를 ‘스무살 노예 LCK’로 지칭하고 있다. ‘스무살 우리’는 우리은행의 유스 브랜드기도 하다.

현재 우리은행은 타이틀스폰서 해지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많은 고객들의 의견 덕분에 관련 상황은 이미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팬층이 두터운 분야인 만큼 결정이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면밀히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안이 매우 복잡한 것으로 알고 있고 아직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은행 측에서도 (해지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고객들의 요구와 상황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후 신중하게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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