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 트럼프 대통령 홍콩인권법안 서명 보도
중국 외교부 “홍콩 문제, 어떤 외국 정부와 세력 간섭할 권리 없다” 비판

지난 26일 오후 홍콩 침사추이의 한 거리에서 홍콩 시민들이 시위대가 파는 시위용품들을 구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홍콩 침사추이의 한 거리에서 홍콩 시민들이 시위대가 파는 시위용품들을 구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하면서 극적 타결될 것으로 기대감이 모아졌던 미국과 중국의 ‘1단계 합의’가 난항을 맞게 됐다. ‘홍콩인권법안’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향후 미중 무역협상 미칠 여파에 주목된다.

28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중국과 시진핑 국가주석, 홍콩 시민을 존중해 이 법안에 서명했다”며 “이 법안은 중국과 홍콩의 지도자와 대표들이 서로의 차이를 평화적으로 극복해 오래도록 평화와 번영을 누리기를 희망하며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에서의 특별한 지위를 유지할지를 결정하고 홍콩의 인권 탄압과 연루된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인권법안은 미국 상원에서 지난 19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후 20일 하원에서는 찬성 417표, 반대 1표로 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5일 전만해도 미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의 서명 여부에 대한 답변을 피해왔지만, 상·하원이 모두 강력히 지지한 법안으로 결국 서명에 다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에 목소리 높이는 중국

28일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소식이 전해진 후 즉각 홈페이지에 성명을 고지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측이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해 홍콩 문제와 중국 내정을 심각히 간섭하며 국제법을 크게 위배하려 하는데 이는 노골적인 패권 행위로 중국 정부와 인민은 결연히 반대한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홍콩 반환 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성공해 홍콩 주민이 잘 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사실을 무시하고 흑백을 전도하며 광분해서 무고한 시민을 해치고 법치를 짓밟고 있다”며 “사회 질서를 해치는 폭력 범죄자를 두둔하는 것은 몹시 나쁜 행동으로 홍콩의 번영과 안정, 일국양제 그리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역사적 과정 실현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문제는 중국 내정에 속하며 어떤 외국 정부와 세력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며 미국의 홍콩인권법안은 미국의 음험한 속내와 패권을 보여준 것이라 미국의 이런 기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은 외부 세력이 홍콩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며 일국양제 관철과 국가 주권, 안전, 발전 이익을 지키겠다는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는 끝으로 “미국 측이 고집스럽게 행동하지 않길 권고하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반드시 결연히 반격할 것”이라며 “이로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미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28일 성명. / 사진=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외교부 28일 성명. / 사진=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다시 난항 맞게된 무역협상, 그 향배는?

이제 시선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으로 옮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인권법안 서명으로 ‘1단계 합의’에 근접해온 미중 무역협상은 악재를 만나게 됐다. 양국 협상단은 이달 들어 세 차례나 전화 통화를 가지며 단계적 타결이 사실상 확정돼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게 된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홍콩인권법은 국제적 위반이자 내정간섭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 경우 강력대응을 예고해왔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지난 26일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 공동명의로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정책을 발표하는 등 무역협상 합의를 위해 공을 들여왔다. 미국도 지난달 15일부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인상하려던 조치를 유예하며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류허 부총리가 지난 16일 통화 때 미국 측 대표단의 베이징 방문을 제안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측 협상단은 당시 ▲지식재산권 보호 ▲강제 기술이전 방지 ▲미국산 농산물 구매 등의 문제에 중국이 분명한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 방문을 꺼렸다. 여기에 12일 후인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인권법에 서명하며 긍정적으로 흘러가던 무역협상의 흐름이 끊겨졌다.

일각에선 중국이 오는 12월 내년 경제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앞두고 있는 만큼 12월 중에 무역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경제 문제와 홍콩 이슈를 분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12월 둘째 주 또는 셋째 주에 열리는데, 회의 개최 시점이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 부과하는 시점인 12월15일과 맞물린다. 미국은 다음달 15일부터 1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지미옌 ICBC 스탠더드 은행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CNBC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지도부가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은 ‘안정’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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