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이행확보 제도’ 실효성 낮아···가장 강한 ‘감치’ 제재도 무력화 되기 일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이혼 전 배우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공익활동일까,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범법행위일까. 최근 양육비 채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온라인 웹사이트 활동가가 법정에 섰다. ‘개인의 명예’와 ‘아이의 생존권’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법원이 어떠한 결과를 내놓더라도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시사저널e는 3회에 걸쳐 이 사건 재판의 쟁점과 국내 양육비 이행 실태, 제도 및 입법 등 현황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15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운영진이 기자회견 및 시위를 진행했다. / 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지난 15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운영진이 기자회견 및 시위를 진행했다. / 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이혼 전 배우자의 신상을 온라인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활동을 돕고있는 구본창(57)씨는 법적 처벌을 받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신상공개가 불가피했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의 생존권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배우자 ‘배드파더스’(Bad Fathers)의 명예보다 우선시되는 가치라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구씨는 한부모가족을 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양육비 확보가 아동 복지 향상과 연결된다는 관점에서 양육비 지급 실태를 공론화해 취약한 국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육비 절실한 한부모가정···지급률 20%에 불과

그동안 양육비 문제는 이혼에 따른 ‘개인적’ 재산 분쟁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양육비가 아동의 생존권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점에서 ‘공적’ 사안으로 논의돼야 할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한부모가구의 경우 일반가구에 비해 대체로 소득수준이 낮고, 이에 따라 빈곤에 취약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부모가족은 총 150만가구로, 이 중 18세 이하의 자녀를 둔 가구가 40만가구에 달한다.

그런데 한부모가족 월평균 가구소득은 219만여원으로, 전체가구 평균 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한부모가족은 7.5%, 100만원~200만원인 가족은 42.6%에 달했다. 

/ 출처=여성가족부 ‘2018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연구보고 갈무리
/ 출처=여성가족부 ‘2018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연구보고 갈무리·그래픽=디자이너 조현경

특히, 미취학 아동을 기르는 미혼모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했다. 미취학 아동을 양육중인 10~40대 미혼모 359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의 월 소득 평균은 92만3000원에 불과했다. 전체 한부모가족의 월평균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다. 소득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도 10%에 달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양육비 이행 관리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과제’에서 허민숙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한부모가족의 빈곤은 곧 아동빈곤과 직결되어 있으며 사회적 고립과 차별, 인간 존엄의 문제를 초래한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인 경제적 곤란과 불운을 넘어서는 사회문제라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양육비 지급률도 굉장히 낮다. 우리나라 양육비 이행실태를 보면 미지급률은 80%를 오르내린다.

여가부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했다’라는 응답이 83%였으며, 지난해 기준으로도 미지급 응답률은 78.8%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미혼·이혼 한 부모 중에서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 없다는 비율이 73.1%로 가장 높았다. 과거에는 받았으나 최근에는 받지 못했다는 비율이 5.7%, 최근까지 정기적으로 지급받은 경우가 15.2%, 정기적이진 않으나 최근 1년 중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4.4%, 일시지급 비율이 1.6%로 각각 나타났다.

/ 출처=여성가족부 ‘2018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연구보고 갈무리
/ 출처=여성가족부 ‘2018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연구보고 갈무리·그래픽=디자이너 조현경

양육비 미지급 실태가 심각하자 우리 정부는 지난 2014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3월 양육비이행관리원을 개원해 한부모가족의 여건을 개선하고 했다.

그러나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이용하더라도 양육비 지급 비율은 31.9%에 불과했으며, 양육비 청구소송을 한 경우 7.6%, 이행확보 절차를 이용한 경우 8%만이 양육비를 받을 수 있었다.

◇ 제재 및 강제조치, 미약하거나 실효성 낮아···“악성 사례 많아”

낮은 지급률은 미약한 제재 및 강제조치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외국의 양육비이행관리기관의 경우 채권자에게 양육비 직접 징수해 채권자에게 전달하는 등 역할을 하는 데 반면, 우리나라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역할은 소송에 대한 법률지원을 하는데 그치는 실정이다.

소송을 한다고 해도 양육비가 곧바로 지급되는 것도 아니다. 강제조치가 행정절차보다 이행명령에 의존돼 있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도 채권자가 받는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우리나라 가사소송법은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한 제도로 양육비 직접지급명령 담보제공명령 이행명령 과태료 감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은 양육비 채무자가 급여소득자이거나 본인 명의의 재산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활용될 수 있고, 양육비 채무자가 지불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경우 양육비를 지급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 

더욱이 양육비 채무자가 자발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여러차례 소송을 해야하고, 양육비 이행명령 신청 후 의무불이행이 있어야 가장 무거운 제재인 ‘감치’를 신청을 할 수 있다. 감치까지 최소 1년이 소요되는데, 그 기간 동안 한부모 가족의 생계는 심각하게 위협을 받게된다.

감치 제도 역시 실질적 제재가 무력화되는 사례가 상당하다. 채무자가 잠적하거나 위장전입을 해 경찰관이 구인을 하지 못하면 집행장의 유효기간인 3개월이 지나 감치결정이 무효가 돼 버리기도 한다.

양육비 불이행에 따른 감치 명령 건수는 별도로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담보명령제공 불이행 시 일시금 지급명령을 하고 또 이를 불이행할 경우에 감치를 신청할 수 있어서 실제 그 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구씨는 사이트에 게재된 사례 대다수가 이러한 법적 절차를 거친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장기에 걸친 ‘악성’ 사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사이트에 등재된 양육비 채권자들의 사례는 일반적으로 예정된 법적 절차를 거친 것만으로는 지급확보가 되지 않는 장기간에 걸친 악성 미지급 사례가 대다수”라면서 “연락이 두절됐거나, 주소 불명자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구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은영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고소인들은 자신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숨기거나, 신변의 어려움만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린 채 신상 공개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양육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무책임한 미지급 행태를 지속하다가 구씨를 고소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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