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직선제 도입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불발 후 총선 출마 가닥
차기 농협중앙회장 ‘후계자’ 지지의사, 영향력 행사···피감·감사 기관 간 유착 우려도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내년 총선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일 전남 나주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정치권에서는 일반적으로 출판기념회는 사실상의 ‘총선 출정식’으로 인식한다.

앞서 김 회장은 여러 공식석상에서 농업인을 위한 정책 조정을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국회의원이 된다면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농협중앙회장 임기를 불과 약 2달 앞둔 지난 출판기념회에서도 그는 “농업과 농민의 미래를 위해 끝없이 고민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연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 회장의 발언은 경선‧총선을 염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한 약 2주 전 열린 지난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 김 회장은 “임기를 다 채울 수 없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총선 출마 행보를 본격화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김 회장이 이른바 ‘친문(親文, 친문재인) 농협중앙회장’이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실세로 꼽히는 만큼 민주당의 공천은 무난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출판기념회 당시 송영길‧이개호‧서삼석‧손금주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강인규 나주시장, 구충곤 화순군수, 정종순 장흥군수,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 등 지역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공직선거법 제16조2항에서는 ‘25세 이상의 국민은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특정 조직의 장을 지낸 경력이 총선 출마의 제한요소가 될 수 없다. 김 회장의 총선 출마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권과 농협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총선 출마 배경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부터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제를 부활시키는 데 집중해왔다. 지난해 12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고, 공청회, 토론회 등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에서는 기존 농협법 제130조 제5항 ‘ 회장의 임기는 4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문구를 ‘,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측근들의 입을 통해 농협중앙회장의 단임제로 인한 업무파악 한계, 혁신전략 추진의 어려움, 레임덕 등 폐해를 강조했지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등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법안 처리는 불발됐다. 더불어 당시 연임제를 반대하는 측은 단임제로 변경 후 첫 당선자인 김 회장이 다시금 연임제를 주장하고 나선 점도 지적했다.

이와 같은 김 회장의 행적을 봤을 때 결국 연임제가 불발되자마자 총선 출마 행보를 시작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이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다. 또한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11일까지이지만, 총선에 출마할 경우(총선 90일 전 내년 1월 15일 이전 사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자신의 ‘밥그릇’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라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또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이 광주대 동문인 호남권 특정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가해 지지의사를 밝히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 자신은 총선에 출마하고, 농협중앙회장 자리에는 이른바 ‘후계자’를 찍어두려는 행위는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만약 김 회장이 총선 이후 국회에 입성하게 되고, 김 회장의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될 경우 감사자와 피감사자 간의 유착 가능성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35개 계열사, 약 10만명 이상의 임직원, 전국 약 1400개의 단위조합을 대표하고 있다. 공정자산 규모도 지난 2018년 기준 59조4330억원에 달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순위의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농협중앙회는 농민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힘써야 하고,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한 집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되는 만큼 철저한 감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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