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금융당국 자료 인용에도 시장점유율 공시는 제각각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대형 증권사마다 상이한 수탁수수료와 시장점유율을 공시하고 있어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발표한 3분기 분기보고서에 적힌 수탁수수료와 시장점유율이 다르게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대우가 공개한 ‘지분증권 수탁수수료 시장점유율’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수탁수수료 총액은 1395억8500만원이다. 시장점유율은 10.2%로 4개 회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미래에셋대우의 기준으로 보면 KB증권의 수탁수수료는 1204억3300만원(시장점유율 8.8%)으로 두 번째로 높았고 이어 NH투자증권(1188억5500만원·8.6%), 삼성증권(1093억6000만원·8%)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증권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런 순위가 바뀐다. 삼성증권이 공시한 자사의 수탁수수료 총액은 1430억8400만원으로 시장점유율은 9.29%로 높아진다. 삼성증권의 시장점유율은 이에 업계 2위로 뛰어오른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모두 수탁수수료 시장점유율 기재 기준을 금감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이하 FISIS) 통계자료에 기초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기준 하에 작성된 4개 증권사의 수탁수수료 및 시장점유율 현황. 이에 따르면 두 회사의 수탁수수료 금액은 같지만 점유율이 다르게 표시돼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두 증권사의 차이는 금감원의 FISIS 통계표 중 세부항목을 다르게 선택해 공시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FISIS의 ‘금융투자상품 위탁매매 수수료’ 가운데 ‘지분증권’ 수탁수수료를 기초로 했다. KB증권도 미래에셋대우와 같은 자료로 공시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미래에셋대우과 달리 전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수탁수수료를 기반으로 공시했다. 

문제는 FISIS의 같은 기준을 삼았어도 시장점유율 수치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데 있다. 삼성증권과 같이 전체 금융투자상품 수탁수수료를 통해 공시한 NH투자증권의 시장지분율이 삼성증권의 시장지분율과 다르게 기재된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자사의 수탁수수료 시장점유율을 7.83%로 공시했다. 이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삼성증권의 시장점유율은 8.08%가 된다. 하지만 삼성증권의 분기보고서에 공시된 삼성증권의 시장점유율은 9.29%로 나타난다.  

NH투자증권의 자료에서 삼성증권의 수탁수수료는 1430억원으로, 삼성증권의 공시 내용과 동일하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다르게 표시돼 있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탁수수료는 금융당국 자료가 기준이 되지만 시장점유율의 경우 회사마다 다르게 계산해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한 증권사가 자사에 유리하게 책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보고서는 그 내용이 거짓이거나 허위를 기재하는 것이 아닌 이상 보고서의 작성 지침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며 “NH투자증권은 시장점유율 계산에서 국내 증권사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등 외국계 증권사의 수치를 포함했기 때문에 시장점유율 평균이 삼성증권보다 낮게 나왔다. 두 증권사 계산에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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