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물류센터 없이 점포 FC화 통해 온라인 사업 키우기···'네오' 가진 이마트와 차별점
점포 활용만으로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와

홈플러스의 FC역할을 하는 원천점. 피커(Picker)가 DPS가 알려주는대로 주문 상품을 바구니에 넣게 된다. /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의 FC역할을 하는 원천점. 피커(Picker)가 DPS가 알려주는대로 주문 상품을 바구니에 넣게 된다. /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가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신선식품 및 공산품의 이륜차 배달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얼마 전 '매장에서 물건 보고 집으로 배송받는' 마트 직송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온라인 배송에 힘을 싣는 데 따라, 홈플러스 역시 배송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고객들은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를 통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신선식·간편식·생활용품 등 400여종의 상품을 주문한 시점부터 1시간 이내에 배송받을 수 있게 됐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봉천점·신길3점·북가좌점·개봉점 등 4개 점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운영 점포를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CU가 요기요와 손잡고 진행 중인 편의점 배달 서비스와 사실상 같다. 

익스프레스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일부터는 할인점 홈플러스의 마트 직송도 시작했다. 쌀·생수 등 무거운 상품을 구매할 때 실물은 매장에서 확인하고 주문은 온라인으로 하면 문전까지 당일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마트 직송과 요기요 배송 등 홈플러스가 최근 론칭한 두 서비스의 공통점은 바로 ‘물류센터 없이’ 배송하기다. 현재 온라인 배송의 핵심은 물류센터에 있다. 물류센터가 크고, 많을수록 더 많은 곳에, 더 다양한 상품을, 더 빨리 배송할 수 있다. 쿠팡이 수백만 가지의 제품을 익일 배송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전국 곳곳에 위치한 물류센터 덕분이다. 새벽배송·당일배송을 키우는 이마트가 수천억원을 들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 3호기를 추가로 만들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쓱닷컴의 새벽배송은 모두 이들 물류센터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홈플러스에는 이 같은 물류센터가 없다. 홈플러스가 갖고 있는 물류센터는 대형마트 납품 물류센터이기 때문에 쿠팡·이마트가 하는 대(對)소비자 배송을 하지 않는다. 대신 이미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하겠다는 게 회사의 복안이다. 현재 140개 매장 중 107개 매장을 물류기지로 쓰고 있고, 이 중 배송이 몰리는 계산점과 원천점, 안양점에 점포 풀필먼트센터(FC)를 만들었다. 오프라인 매장도 살리면서 온라인 사업도 키우는 전략이다. 

홈플러스의 이 같은 전략은 월마트와 닮았다. 월마트도 자사 창고형 할인점인 샘스클럽(Sam's club) 매장을 개조해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월마트 홈페이지 갈무리.
/ 사진=월마트 홈페이지 갈무리.

마트 직송 서비스도 월마트 BOPIS(Buy Online Pick-up In Store)와 닮았다. 월마트의 BOPIS는 온라인에서 주문한 이후, 고객이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 주문한 물건을 수령하는 시스템이다. 빈 손으로 방문해 두 손 무겁게 들고가는 것이 콘셉트로 홈플러스 마트 직송과는 정반대인 서비스다. 주문자 주변에 월마트 매장이 없을 경우에는 주변 페덱스(Fedex) 오피스에서 주문 상품을 대신 받을 수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배송에 드는 인프라 구축비용을 아낄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쇼핑 시간을 아끼고, 원하는 시간대에 물건을 수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 활용하는 월마트의 전략으로 월마트 미국 이커머스 부분의 올 3분기 매출은 41%나 늘어났다. 온라인 배송과 앞서 밝힌 BOPIS 같은 픽업 서비스가 매출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신들은 신선식품, 스낵, 음료가 3분기 월마트 매출액 상승을 도운 상위 3개 카테고리였다고 밝혔다. '신선'은 국내 대형마트들이 집중하는 주 상품군이다. 

다만 물류센터는 여전히 이커머스 성쇠를 좌우하는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매장을 잘 활용하고 있는 월마트가, 그럼에도 미국 전역에 이커머스 전용 풀필먼트센터를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 업체들이 초기 투자비용을 감수하고 하이테크 물류센터를 짓는 이유는 지금 당장이 아닌 나중을 위해서다"라면서 "온라인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미래의 배송 속도전은 결국 물류센터의 자동화전(戰)이 될 것이다. 단순히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을 증원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미 각 점포를 P.P(피킹&패킹)센터로 운영 중인 이마트가 네오를 새로 짓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많은 우리나라만의 한계도 있다. 국내에서 대형마트가 주말에도 온라인 배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서 물류센터를 짓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물류센터를 짓지 않으면 센터 증축이나 배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점포 직송에는 시간 단축이라는 장점도 있다"면서도 "다만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에 문을 닫아야 해서 온라인 배송 역시 막힌다"면서 "여타 대형마트들은 물류센터를 통해 그날 배송이 가능하다. 불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가 통신판매업으로 신고할 경우 의무 휴업일 제한 등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물류센터가 없는 대형마트는 자사 점포를 이용해 의무 휴업일(둘째 주 및 넷째 주 일요일 등)에도 온라인 배송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업계 상황은 빠르게 변해가는데 개정안이 통과돼 실제 효력을 갖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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