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의 본고장 독일 심장부에 ‘기가팩토리’ 건립 계획 발표한 앨론 머스크
독주하는 中 CATL···“정부 지원 바탕 내수 이어 유럽 공략, 韓 기업 경계 1순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유럽이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각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독일 등 주요 글로벌 명차 브랜드를 보유한 완성차업체들이 속속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미국의 테슬라가 유럽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독일 베를린 지역에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해외 기가팩토리를 설립하겠다고 공표했다.

유럽 내 전기차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배터리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당초 유럽은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빅3’가 강세를 보여 온 곳으로 평가된다. 최근 CATL을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눈에 띄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도 한층 배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앨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독일 언론이 주최한 한 시상식에 참석해 독일 베를린 신공항 근처에 기가팩토리를 설립하고, 인근에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해당 공장의 가동은 2021년이라는 점 외에 공장의 규모 등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베를린 기가팩토리가 완성되면 테슬라는 미국·유럽·중국 등 이른바 ‘전기차 3대 시장’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된다. 완성차업계는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모습이다. 머스크가 유럽 내 첫 생산기지 구축을 발표한 장소가 명차들이 탄생한 독일이며, 공장이 세워질 곳이 독일의 심장부인 수도 베를린 지역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완성차업계 1위인 폭스바겐그룹의 경영진 곁에서 발표했다는 점에서 머스크의 도전장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폭스바겐그룹을 필두로 독일 완성차업체들이 속속 전기차 양산 마스터플랜을 내놓고 있으며, 이 같은 기조가 점차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들이 양산에 뛰어든다면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유럽은 친환경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다. EU를 중심으로 각국 정부가 합심해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완성차업체들의 패러다임 변화를 유도 중이다. 더불어 한·중·일 3국에 의존 중인 전기차 배터리의 자급화를 위해서도 투자를 감행하는 등 분주하다. 테슬라의 유럽 시장 진출 역시 이 같은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양산 후에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려는 자세를 취해 오고 있다”면서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미국 외 중국·유럽에 연이어 기가팩토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향후 독일 베를린 외에도 추가적인 기가팩토리 건설도 전망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초 유럽과 함께 미국·중국 등이 전기차 3대 시장으로 꼽혔으나, 미국은 내연차를 고집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중국 정부는 완성차업체들에 자국 배터리 사용을 노골적으로 종용하는 등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면서 “시장이 팽창하면서도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한 유럽이 전기차 및 배터리업계의 치열한 전장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배터리업계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을 직접 느끼고 있다. 최근 BMW그룹은 전기차 양산 계획을 발표하며 기존 공급처인 삼성SDI와 글로벌 1위 중국 CATL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10년 넘게 BMW 측에 독점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해 온 삼성SDI보다 중국의 CATL이 많은 양의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삼성이 메인 공급사 지위를 빼앗긴 셈이다.

아우디·포르쉐 등 12개 브랜드를 보유한 폭스바겐그룹도 향후 10년간 100여 종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스웨덴 노스볼트와의 조인트벤처(JV), 한국의 배터리 빅3와 중국의 CATL 등을 배터리 공급사로 지목했다. 테슬라의 중국 기가팩토리 메인 배터리 공급사로도 선정돼 향후 유럽 기가팩토리에도 CATL 배터리가 공급될 가능성이 커졌다. CATL은 지난달에는 독일 튀링겐주에서 첫 해외 공장 기공식을 갖기도 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배터리 보조금 정책이 완화되면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가 줄여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유독 CATL은 독주를 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탑재를 요구하는 곳 역시 CATL이며,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방대한 내수 시장을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려 하면서 우리 기업들에게 경계 순위 1위로 떠오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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