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가 한 달 동안 영업활동···기울어진 배에 탑승하는 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전날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의 입찰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조합 측에 통보했다.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 3사가 제출한 입찰제안서에서 위법사항이 다수 발견됐다는 게 그 이유다. 조합이 국토부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한남3구역은 기존의 사업조건을 수정한 채 재입찰에 들어가야 한다.

업계에선 재입찰이 진행될 경우 대우건설·삼성물산 등 한남3구역에 관심을 나타내 왔던 건설사들이 다시 입찰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다만 기존 건설사 3사가 이미 한 달 동안 치열한 영업활동을 펼친 만큼 한남3구역에 다른 건설사가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27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한남3구역 조합은 입찰 조건을 변경해 재입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권고를 무시하고 현재 시공사 선정을 강행할 경우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어서다.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의 위법 행위가 확정될 경우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국토부는 “조합이 만약 정부의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현재의 사업조건 그대로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부 직권으로 시공사 선정을 취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서울시 역시 “법적으로 검토하기 전에 조합이 위법사항에 대해 스스로 무효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재입찰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른 건설사의 참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에선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우건설은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단독입찰을 지지한다”는 지지 공문을 조합에 제출하는 등 그동안 한남3구역에 많은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재입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사간 출혈경쟁’을 우려해 한남3구역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물산이 재참여 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삼성물산은 정비사업 시장에서 예열작업이 한창이다. 올초 서울 서초 반포주공아파트 1단지 3주구에 입찰의향서를 내는가 하면 부산 동래구 온천동 동래럭키아파트 재건축 사업, 해운대구 우동 삼호가든 재건축, 대연8구역 재개발 등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이달에는 새로운 래미안 상품인 ‘넥스트 래미안 라이프’(Next Raemian Life) 출시를 밝히면서 정비사업 수주전 복귀를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선 두 건설사가 한남3구역에 도전장을 내밀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이 한남3구역 내에서 치열한 영업활동을 펼쳐온 만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조합이 기존 3사를 제외하고 재입찰을 결정하더라도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머리 아픈 사업장이 될 수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조합은 3사를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능력평가 3~5위인 이들 건설사가 한 달 동안 작업을 해놨는데 다른 건설사가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이미 기울어진 배에 타는 꼴이다”고 말했다. 이어 “3사를 제외하고 진행하더라도 대규모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현재 한남3구역이 국토부와 서울시의 타겟이 됐기 때문에 쉽게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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