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디스플레이, 신사업 투자 및 기술 개발로 '탈LCD' 총력

`“비트코인처럼 된 거죠”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업황을 묻는 질문에 어느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가 반쯤 농담을 섞어 이런 말을 던졌다. 'LCD 시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자조적 농담이지만 목소리가 씁쓸했다. 하려던 말을 멈추게 만들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10.5세대 공장 가동을 시작하면서 LCD 패널 가격이 뚝 떨어졌다. 그나마 가격 등락이 있던 시장 질서에 금이 갔다.  

한국 양대 패널 제조사들은 크게 비틀거렸다. 그간 주력했던 TV용 LCD 사업에서 팔고도 못 남기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올 들어 3분기 연속 적자를,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약 3년 만에 5600억원의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외 업체들이 LCD 감산에 나섰지만 예전처럼 시장이 회복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기자가 조언을 구한 한 전문가는 “어느 업체 하나 망하지 않는 이상 반등이 어려워진 치킨게임 시장이 됐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전방 패널 제조사에 장비, 소재를 공급하는 국내 후방 업체들도 걱정이 많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혹한기를 견디기 위해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LCD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신사업으로 낙점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투자를 더하며 사업 체질 전환에 나섰다.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자린고비급 긴축이 예상된다. 양사 모두 올해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특히 올 들어 적자행보를 걷는 LG디스플레이는 전체 임원 25%를 감축하는 등 전사적 긴축에 나섰다. 최근엔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원점’부터 다시 사업 경쟁력을 찾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불어 든 이번 겨울은 유독 시리다. 무사히 신사업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LCD가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급락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 업계가 다시 시장을 일으킬 기초 체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십수년간 경쟁사를 따돌린 후방 업계 기술력 역시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한국은 디스플레이 선두 업체를 둘이나 품고 있다. 곧 추운 겨울이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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