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재탈환,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 성과 ‘뚜렷’···당국의견이 변수
금융당국, 자회사 인수 심사 당시에는 문제제기 無···관치금융 논란도 ‘부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한금융그룹이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 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딩뱅크 재탈환,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낸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법률리스크와 관련된 금융당국의 입장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올해 초 유사한 상황에서 연임을 포기한 선례가 있어 당국의 판단이 회추위의 결정에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당국 입장에서도 민간 금융사 CEO선임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관치금융’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재까지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 내달 중 차기회장 후보 선정 완료 전망···조용병 연임 관측 다수

26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르면 이번주 또는 다음주 초쯤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만우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회추위원장을 맡으며 변양호, 성재호, 박철, 김화남, 필립 에이브릴, 히라카와 유키 등의 사외이사들이 참여한다.

일반적으로 회장 선임은 회추위 첫 회의부터 약 3~4주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올해 안에 최종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예상보다는 1개월 가량 일찍 이뤄지는 셈인데 이는 연말 계열사 CEO 선임을 차기 회장이 확정된 안정적인 상황에서 실시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조용병 현 회장과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등 계열사 CEO들은 차기 회장 후보군에 자동으로 포함되며 전·현직 CEO와 외부인사 등을 포함해 10여명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장 유력시되는 것은 조 회장의 연임이다. 조 회장이 지난 2017년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신한금융은 눈에 띄는 성장을 이어갔다. 취임 첫 해인 2017년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조9177억원으로 전년(2조7748억원)대비 5.2%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8.2% 증가한 3조1567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다.

지난 2017년에는 3조3119억원의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KB금융그룹에 리딩뱅크 자리를 잠시 내줬지만 바로 이듬해 재탈환에 성공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KB금융(2조7771억원)보다 1189억원 많은 2조89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조 회장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것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다. 지난해 조 회장은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의 지분 59.15%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초 그룹의 14번째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 19일에는 오렌지라이프와 잔여지분(40.85%)에 대한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내년 100% 자회사 편입이 완료될 경우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로부터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률리스크 관련 당국 의견이 변수···개입시 관치 논란 불가피

조 회장 연임에 있어 유일한 변수로 거론되는 것은 법률리스크다. 조 회장은 현재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차기 회장 후보는 1심 선고 전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당국 측에서 CEO리스크 등을 이유로 다른 의견을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KEB하나은행장 선임과정에서 CEO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전례가 있다. 당시 채용비리 관련 재판을 받고 있었던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연임이 유력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스스로 연임을 포기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함 부회장과 같은 과정이 반복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의 위치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금감원은 지난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도 ‘일정 연기’ 의견을 전달했지만 하나금융은 예정대로 선임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신한금융은 이미 M&A 승인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금융당국의 검토를 받아오기도 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인수 과정에서 신한금융의 리스크들을 검토한 바 있다”며 “경영진들과 관련된 경영안정성 부분도 검사에 포함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회사에 대한 인수 심사가 모두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나간만큼 금융당국이 이번 선임 과정에서도 큰 의견을 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당국은 신한금융 회장 선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간 회사 CEO선임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관치금융’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초 하나은행장 교체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연이은 개입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추가로 신한금융은 이사회 구성 특성상 상대적으로 높은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회추위 역시 마찬가지다. 7명의 회추위원 중 히라카와 유키 프리메르코리아 대표와 김화남 일본 김해상사 대표가 그들이다. 추가로 필립 에이브릴 BNP파리바증권 일본 CEO 역시 해외금융사인 BNP파리바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금융 측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관련 리스크를 어떻게 바라볼지, 어떠한 의견을 전달할지는 알 수 없다”며 “회추위 내 이사들이 당국의 의견과 실제 반영될 수 있는 위험 요소 등을 잘 판단해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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