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요금제 9GB 데이터 제공··· KB카드 할인받으면 1만원대 이하로
업계, 새로운 혁신 아닌 저가 승부에 실망감
가입자 25%는 MVNO서 이동

KB국민은행 MVNO 리브엠 이미지. / 사진=리브엠 홈페이지 캡처
KB국민은행 MVNO 리브엠 이미지. / 사진=리브엠 홈페이지 캡처

KB국민은행의 알뜰통신사업(MVNO)인 ‘리브엠(Liiv M)’의 가입자 가운데 25%는 다른 MVNO에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관련 협회와 업계에서는 상생이 아닌 독식을 우려했다.

리브엠은 지난 4일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MVNO에서 처음으로 5G를 공급한다는 데에 큰 기대를 모았다. 리브엠은 현재 5G 요금제 2가지와 LTE 요금제 10가지를 선보였다. KB국민은행에서 거래하고 KB국민카드까지 이용하면 월 1만원 이하로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G 요금제 라이트에는 월 9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월 4만4000원의 요금제지만 KB할인에 카드할인까지 더하면 월 7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LTE 요금제의 경우 6GB, 5GB, 4GB, 3GB, 2GB, 1GB 등 6GB 이하 구간부터는 KB할인과 카드할인을 최대로 이용하면 0원 요금제가 된다. 즉, 금융 거래와 카드 실적만으로 통신비를 내지 않아도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KB국민은행은 리브엠을 무약정, 저렴한 가격, 간단한 요금제라는 콘셉트로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리브엠 웹 페이지에 접속하면 데이터 제공량만 간단하게 표시돼 있어 자신에게 필요한 요금제를 고르기 쉽도록 돼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리브엠 가입자는 20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기 전이기 때문에 가입자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16일 본격적으로 리브엠 서비스를 시작하고 대형 모델인 BTS를 활용한 광고도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그러나 MVNO 업계는 우려가 더 크다. 혁신보다는 저가에 중점을 둔 요금제가 나왔고, 타 MVNO에서 이동한 가입자 비율이 예상 외로 높아서다.

한 MVNO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서비스를 한다고 했을 때는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나와서 알뜰폰 시장을 흔들고 이통 3사에 대응하면 알뜰폰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막상 리브엠의 요금제를 보면 다른 MVNO와의 상생의 의지는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요금제를 살펴보면 기존 MVNO 사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요금제에 힘을 많이 줬고 망 도매대가 이하로 저렴하게 내놓았다”며 “KB국민은행이 해줘야 할 역할이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한 서비스 등 혁신이었는데 그것보다는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부가서비스로 리브엠을 내놓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체 가입자의 25%가 MVNO에서 이동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MVNO 업체 관계자는 “이동통신 전체 시장에서 MVNO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정도인데 리브엠 전체 가입자의 25%가 MVNO라는 것은 매우 큰 수치”라면서 “리브엠이 망 도매대가 이하 수준으로 가격 경쟁을 해버리면 알뜰폰과의 상생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측도 리브엠 가입자의 MVNO 이동 비율에 주목했다. 협회 측은 “처음 시작하는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에서 가입자를 뺏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다”면서도 “지금 모집단이 적긴 하지만 홍보가 별로 안 된 상황에서 25%라는 비율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초반의 기세라면 리브엠의 알뜰폰 전체 시장을 크게 흔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 MVNO에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선불요금제를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사업자보다는 후불요금제를 서비스하는 사업자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리브엠 출범 전에는 관련 업계에서 기대와 우려가 반반 섞인 모습이었다. 가입자 유출이 우려됐지만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통해 알뜰폰에 대한 이미지를 바꾼다면 선의의 경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특히 MVNO가 그동안 요구해도 힘들었던 5G를 빨리 서비스하면서 MVNO의 5G 서비스 물꼬를 튼 것에 대해 반색하는 사업자들도 많았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은 다른 알뜰통신사업자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존 통신사의 요금이 비싸다고 여긴 이용자들이 합리적으로 통신비를 쓰기 위해서 넘어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MVNO의 통신 품질을 홍보하고 이미지를 바꾸면서 상생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조만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도 가입해서 활동할 예정이다. 협회 측은 MVNO의 경우 이통 3사에 맞서기 위해 협력과 조율, 정보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에 같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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