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IRP, 내달 말부터 금융사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계좌 이동 가능
“161조 연금계좌 시장 잡아라”···은행에 이어 증권사도 수수료 인하

6월말 기준 연금계좌 적립금 현황/자료=금융감독원
6월말 기준 연금계좌 적립금 현황/자료=금융감독원

내년부터 연금저축,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모든 연금계좌 가입 고객은 금융사를 별도로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금융사로 기존 계좌를 옮길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이체 간소화가 연금계좌로까지 확대되면서 은행뿐 아니라 보험, 증권사 등 금융업계 전반에서 고객 유치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연금계좌 이체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연금저축 계좌에만 적용되던 이체 간소화가 개인형 IRP 간 계좌 이체, 개인형 IRP와 연금저축 간 이체로까지 확대된다. 그동안 계좌를 변경하기 위해 금융사를 직접 찾아가야 했던 소비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게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금계좌 이체 건수는 총 4만6936건(1조4541억원)이다. 이 중 86.6%(4만669건)가 이미 2015년 계좌 이체 간소화 방안을 시행한 연금저축 간 이동이다. 이체 간소화가 불가능했던 개인형 IRP 계좌 이체는 연금저축 이체 건의 11% 수준인 4770건(3390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개인형 IRP의 이체 건수가 적은 이유는 계좌 변경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IRP 고객이 계좌를 바꾸기 위해선 먼저 옮길 금융사를 방문해 새 계좌를 개설한 후 기존 금융사를 찾아가 이전 신청을 해야 했다. 최소 2번은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25일부터 연금계좌 가입자는 계좌를 옮겨갈 신규 금융사를 한번만 방문하면 연금저축과 개인형 IRP 구분 없이 계좌 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향후 금감원은 12월말부터 금융사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계좌 이전을 신청할 수 있도록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부터 온라인을 통한 이체 간소화를 가능케 할 방침이다.

올 6월말 기준 연금계좌(연금저축+개인형 IRP) 적립금은 161조675억원에 달한다. 계좌 이체 방식이 간소화된 만큼 소비자들은 상품별로 어떤 계좌가 자신에게 더 유리한지를 따져 이른바 ‘갈아타기’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161조원 규모의 연금계좌 시장을 놓고 은행·증권사 등 금융사들 사이에 고객 유치전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앞서 퇴직연금 수수료를 전면 개편했던 은행권의 뒤를 이어 증권사들도 퇴직연금 수수료를 줄줄이 인하하고 있다. 동종 업계뿐 아니라 이종 업계까지 경쟁 대상이 되면서다.

KB증권은 최근 IRP 가입자 중 55세 이상인 연금 수령 고객에게 운용관리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증권 역시 이번 달부터 퇴직연금 수수료를 0.1%포인트 내렸다. 그밖에도 신한금융투자는 IRP에서 손실이 나면 자산관리 수수료와 운용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좌 이체의 번거로움이 줄어든 만큼 고객들은 금융사별 상품 비교를 통해 연금계좌를 갈아타고자 할 것”이라며 “특히 IRP는 대표적인 절세 금융상품인 만큼 연말정산을 앞두고 고객 유치를 위한 금융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전에는 연금계좌 이체 과정이 번거롭다 보니 상품 비교 및 계좌 이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며 “계좌 이체 간소화를 통해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들은 금융사별로 상품을 비교할 수 있게 돼 편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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