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공소장 변경신청 요구한 재판부 “동일성 여부 살펴보고 판단할 것”
증거·조서 위법성도 지적해···“기소 후 강제로 취득했다면 목록서 빠져야”

정경심 동양대 교수. / 사진=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 /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 사건이 두 번에 걸쳐 기소된 것과 관련해 공소사실 동일성과 증거 능력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신청 내용을 살펴본 뒤 이를 수용할지 살펴보겠다고 했으며, 기소후 강제수사로 압수된 증거물의 위법성 여부를 분명히 하기 위해 증거목록도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26일 사문서 위조 혐의를 받고 있는 정 교수에 대한 2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을 변경하겠다는 검찰의 입장에 “간단한 사문서위조 사건이다. 29일까지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 달라”라며 “검찰이 신청해도 동일성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 이 사건과 관련사건을 병합하지 않고 당분간 병행해 심리 하겠다”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관련사건’은 검찰이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한 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 14개 혐의로 추가 기소한 사건을 의미한다. 먼저 기소된 사문서 위조 사건과 추가 기소된 관련사건 가운데 범죄 혐의는 같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상이한 부분이 있어서, 동일성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례상 공소장 변경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고,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은 범죄사실을 추가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신청은 기각된다.

앞서 검찰은 정 교수를 기소하면서 ‘정 교수가 성명불상자 등과 공모하여 2012년 9월7일경 동양대에서 딸 조아무개씨의 대학원 진학 등을 위해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 양식과 유사하게 표창장을 만들고 동양대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공소장에 명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기소한 사건에서 ‘성명불상자’를 없앴고 위조 날짜를 2013년으로, 방법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따서 붙였다고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범죄행위의 기초사실만 동일하다면 위조 일시나 장소 등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의견과, 공범과 위조 일시, 방법 등이 완전히 달라 공소장 변경이 불가능하고 공소 자체가 기각돼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재판부는 동일성이 인정되더라도 증거의 위법성 문제가 또 남는다고 의문을 표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될 경우, 이 사건은 특이하게 수사가 마무리 되지 않고 공소가 제기된 후 압수수색, 피고인 구속영장 발부 등 수사가 이뤄졌다”면서 “사문서위조 혐의 부분만 빼고 (강제) 수사가 이뤄졌는지는 모르겠으나, 공소 제기 후 압수수색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에 대한 사문서 위조 혐의 증거로 (이러한 증거들이) 사용된다면 적절하지 않다”면서 “공소가 제기된 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로 취득된 증거들이 있다면 증거목록에서 빠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의자신문조서 역시 “사용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라며 “구속영장을 보니 사문서위조 혐의 까지 포함돼 있는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서 (피고인이) 피의자로 조사받는 것도 적법성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서는 더 이상 낼 (증거가)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정 교수가 구속 이후 피의자신문을 받은 내용은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성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교수 측 변호인은 “현재 사문서위조 모든 것과 관련한 증거를 갖고있지 않고, 최초 공소가 제기됐을 때 가지만 증거목록을 갖고 있다”라고 말하며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재판부는 “공소 후 강제수사나 피의자신문은 증거로 채택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려 했는데,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에 포함 안 됐고 강제수사도 크게 없었다면 적법성에 문제가 없는 듯 하다”며 일단 상황을 정리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사문서위조 사건과 추후 기소된 사모펀드 의혹 등 관련사건을 당분간 병합하지 않고 따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입시비리 관련 허위공문서 작성 부분과 동양대 PC 반출과 관련된 증거은닉위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 “입시비리 혐의 관련 사건을 보면 허위로 작성된 공문서가 나온다. 다른 사람이 허위로 작성했다는 것인데 이게(다른 사람이) 무혐의가 된다면 우리가 재판할 필요가 없는 사건이다. 증거인멸은닉교사 혐의 역시 정범이 따로 있다. 정범이 무죄를 받는다면 피고인(정경심)은 유무죄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면서 다음 기일까지 각 범죄 혐의에 가담한 것으로 지목된 사람들의 기소 여부를 밝혀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다음 재판은 12월 1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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